고사장 바뀌고 성적통지도 연기 가능성…"급박하게 결정"
재난재해로 수능 연기는 수능체제이후 처음…국제회의로 예고 후 연기한 사례는 있어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됐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 시험 시행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주일 연기한 11월 23일에 수능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행정안전부와 경상북도교육청이 (포항지역 등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수능 연기를 요청했다"며 "포항지역 수능 시험장 14개교를 전수점검한 결과 포항고·포항여고·대동고·유성여고 등에 균열이 발생했고 예비시험장인 포항 중앙고에도 일부 균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앞서 전국적으로 피해가 큰 상황이 아니므로 수능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부 고사장이 시험을 치르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된 데다가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춘란 차관은 "수능 연기가 (기자회견 전) 급박하게 결정됐다"고 밝혔다.

수능이 자연재해로 연기된 것은 1993년(1994학년도) 수능 체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2005년에는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면서 2006학년도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고, 2010년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때문에 역시 일주일 연기됐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연초에 수능 연기 사실이 발표돼 학생들이 시험 직전에 혼란을 겪지는 않았다.

15일 예비소집이 진행됐지만, 건물안전 문제나 자신의 고사장을 아는 수험생들이 부정행위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시험 장소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미 85개 시험지구로 운반된 수능 시험지도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의 협조아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차관을 반장으로 운영하던 수능 비대위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해 운영하면서 연기에 따른 종합적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시험장 안점점검을 실시하고 대학 및 대교협과 협의해 대입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는 차관 주재 비상대책회의를 진행 중이다.

수능성적 통지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수능 채점에 20일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12월 6일로 예정됐던 성적통지일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최대한 일정을 조정해 성적통지를 미루지 않으려고 하지만 사정상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수능 시험장으로 선정됐던 학교들은 16일 예정대로 휴교한다.

나머지 학교들은 1시간 늦게 등교한다.

서울지역은 시험장은 아니나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하려 했던 학교들도 그대로 휴교한다.

또 포항지역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는 16∼17일 전부 휴교하며 고등학교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휴교 여부가 갈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