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크래들 직원들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개발한 ‘센서를 통한 운전 중 생체리듬 측정 기술’을 평가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 크래들 직원들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개발한 ‘센서를 통한 운전 중 생체리듬 측정 기술’을 평가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센터’를 구축한다. 현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의 협력과 미래 첨단기술 개발 등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의 전초기지 역할을 맡는다.

◆혁신 가속화

현대차는 15일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기존 사무소인 현대벤처스를 확대 개편한 현대 크래들(CRADLE)을 연다고 밝혔다. 현대 크래들은 혁신의 현장인 실리콘밸리에서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주도한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 미래 이동수단(모빌리티),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로봇 등 미래 기술 개발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요람’이라는 뜻의 크래들(CRADLE)에는 ‘로봇을 통해 강화한 생활 경험 디자인 센터(Center for Robotic-Augmented Design in Living Experiences)’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이 같은 구상을 실행하는 주역은 정의선 부회장이다. 그는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동행 경제인단 일원으로 미국에 갔을 때 워싱턴사무소 개소식 등 현지 유력 정치인들이 참석하는 회사 행사까지 거르고 실리콘밸리로 달려갔다. 지난 5월과 10월에는 이스라엘 자율주행기술 기업 모빌아이 창업자인 암논 샤슈아 회장과 미래 기술을 논의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기술 개발 선도기업으로 올라서기 위해선 다양한 ICT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어떤 역할 하나

현대 크래들은 기존 현대벤처스가 해오던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 활동을 확대한다. 실리콘밸리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협업하는 한편 연구개발(R&D) 기능을 강화해 신기술 및 신사업 모델을 검증하는 자체 프로젝트도 수행한다. 실리콘밸리 기술 트렌드를 분석해 미래 자동차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현지 스타트업과 현실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면 국내외 R&D 센터 및 주요 사업부문과 함께 상용화한다.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실리콘밸리 진출도 지원한다. 유망 스타트업에 실리콘밸리 비즈니스·기술 개발 파트너와 투자자를 연계해주는 등 실리콘밸리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 스타트업의 활동 영역을 미국으로 확대해 더욱 혁신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켜 국가의 새로운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 크래들에 이어 내년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세계 주요 거점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차례로 열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각 지역 혁신 기업과의 협업을 추진한다.

◆전방위 기술 제휴

현대차그룹은 또 자율주행 등 미래차와 친환경차 개발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시스코와 손잡고 차량 네트워크 기술 개발에 나섰다. 지난 6월에는 중국 최대 인터넷서비스업체인 바이두와 함께 ‘사물인터넷(IoT) 자동차’로 불리는 커넥티드카 개발에 나섰다.

9월엔 이스라엘 테크니온, KAIST 등 각국 대표 이공계 대학과 상호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한편 중국에 차량용 클라우드를 구축하기 위한 빅데이터센터를 열었다.

14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제2회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을 개최했다. 버클리대의 스타트업 육성 기구인 더하우스와 함께 주최한 이 포럼은 미래 모빌리티와 관련한 최신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주목받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