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4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제시했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IMF는 3.0%를 내다봤다.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그만큼 가팔라졌다는 의미다. IMF의 전망치는 정부 목표치와 한국은행의 전망치(3%)보다도 높다. 정부 안팎에선 2014년 이후 3년 만에 3%대 성장률 회복 가능성에 고무된 모습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치에만 도취돼 있기엔 대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IMF 내 위상(한국 지분 1.8%)을 봤을 때 세부 리스크에 대한 점검이 부족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성장세는 사실 세계 경제 호황에 기댄 측면이 크다. 문제는 경기 반등의 지속 여부다. 수출이나 생산·투자 지표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제조업 평균 가동률 등 구조적인 지표는 오히려 나빠졌다.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8위에 그치고 있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잠재성장률은 올해 처음으로 2%대로 주저앉았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7%대였다.

지난달부턴 원화 강세, 국제 유가 급등, 시장금리 상승 등 ‘신3고(新三高)’가 경제 복병으로 떠올랐다. 전개 추이에 따라 수출과 내수를 한꺼번에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내년엔 2%대 초·중반으로 성장률이 급락할 것이란 비관론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처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 기반 확충이 시급한데도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는 모습이다.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IMF가 주문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와는 거리가 있다.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강원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데 경직적인 노동시장의 구조개혁 없이는 산업의 질적 개선이 어렵고 결국 경쟁국에 계속 뒤처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 10명 중 9명꼴로 “한국 경제가 냄비 속 개구리와 같다”고 평가했다. 위기가 코앞에 닥쳤는데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단 얘기다. “생산성 향상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는 IMF의 권고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김은정 경제부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