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한·중 관계 발전 양국 간 협의 결과 공동문건 발표에 이어 지난 11일 한·중 정상회담으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불확실성 해소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북아시아의 급작스런 정치·외교적 급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금한령(한류 금지 또는 제한령)과 한국 관광 금지 등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인한 주가 등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 시각이다.

양국 간 해빙 조짐과 관련해 대신증권은 사드 관련주를 ‘피해주’라는 인식 대신 이제 중국 ‘소비수혜주’로 다시 봐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비의 구조적인 변화가 향후 국내 중국 소비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가계 소비 비중은 2010년 저점을 찍은 후 최근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가계 소비 영향이 확대되면서 GDP 내 3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 기준 51%를 기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19차 당대회에서 내수 중심 성장동력 전환을 밝히고 2020년까지 1인당 소득 수준을 1만2000달러까지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1인당 가처분소득 증가율도 올 하반기 7%를 넘어서며 GDP 증가율(6.5%)을 앞질렀다. 가처분소득 증가는 가계소득 증가가 실제 소비로 이어질 여력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3분기 가계 지출 비중이 높은 음식료, 담배, 오락, 교육, 문화, 의료·헬스케어, 의류, 전자제품 등 생활소비재 수혜 가능성이 높다.

대신증권은 지난 11일 시작한 ‘중국의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이후 1주일간의 소비 시즌이 한·중 관계 개선 합의 이후 실제 중국 소비 확대 가능성을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광군제 당일 알리바바 매출은 1207억위안(약 20조2908억원)이었고, 올해는 28조원에 달했다. 이 연구원은 “중국 소비의 계절적 상승기인 4분기를 맞아 한국 제품 판매 및 수출에 있어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적 턴어라운드를 위한 분위기는 조성됐지만 국내 중국 소비주들은 3분기까지 실적에서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영업이익은 13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7% 감소했다. 여행주인 하나투어도 전년 대비 4.8% 떨어진 99억원의 3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카지노주인 파라다이스도 3분기 10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대비 7.1% 떨어진 수치다.

일각에선 한국 상품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논란, 사드 제재로 인해 빼앗긴 점유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중국 소비주가 이전과 같은 한류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대신증권은 기저효과와 더불어 사드 갈등 완화, 중장기 소비성장 움직임에 따른 중국 소비주 업황 호조에 힘입어 내년 실적 턴어라운드를 위한 첫 번째 단추가 끼워졌다고 분석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