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조선 직원들이 부산 다대포 3공장에서 건조한 선박을 이동하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 대선조선 제공
대선조선 직원들이 부산 다대포 3공장에서 건조한 선박을 이동하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 대선조선 제공
14일 대선조선이 7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화려한 명명식이 펼쳐졌다. 국내 해운사 하나마린이 발주한 스테인리스 스틸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에 ‘골든 써니 하나’라는 이름이 부여됐다. 명명식은 새로 건조한 선박에 이름을 붙이는, 조선소에서 가장 큰 행사다. 국내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던 때는 흔한 풍경이었지만 최근 2년간 ‘수주절벽’에 시름해온 업계로선 ‘귀한’ 이벤트가 됐다.

대선조선의 이날 명명식은 올 들어서만 아홉 번째다. 업계에서는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지 7년 만에 대선조선이 독자생존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수주량도 지난해의 두 배인 14척까지 늘면서 수주 잔액이 2년치 일감인 24척에 달한다.

폐업 위기에 직면했던 대선조선이 부활하기까지 긴 시간 뼈를 깎는 고통이 함께했다. 1945년 설립된 국내 최초 민간자본 조선소로 오랜 업력과 탄탄한 기술력으로 입지를 다져왔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업황이 악화돼 2010년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해까지 낸 영업손실만 4200억원이 넘었다. 2012년 한 해 동안 낸 영업손실은 매출의 절반 가까운 1740억원에 달했다.

회사는 생존을 위해 채권단 관리 아래 직원 수를 30% 줄였다. 남아 있는 300여 명의 임직원도 15~25%씩 임금을 반납했다. 고강도 구조조정에도 노조는 투쟁 대신 3년 연속 임금협상을 무교섭으로 진행하며 회사 살리기에 동참했다. 회사도 제2공장과 본사 건물, 서울사무소를 모두 매각해 손실을 메웠다.
원가 절감과 함께 특화 전략도 세웠다. 공주식 대선조선 전무는 “과거 돈이 된다는 이유로 모든 선종에 손을 댔다가 실패한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선종을 단순화했다”고 말했다. 이후 대선조선은 ‘특소선종 전문조선소’로 거듭났다. 일례로 대선조선의 피더선(중소형 컨테이너선)은 적재 효율이 높아 중국 선박보다 15%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중국 선사조차 1000TEU(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선박 8척을 발주했다. 국내에서 특수용접기술이 필요한 스테인리스스틸 석유화학제품선(SUS탱커)을 건조할 수 있는 곳도 대선조선이 유일하다. 안재용 사장은 “일본이 꽉 잡고 있던 SUS탱커부문에서 기술력을 끌어올린 끝에 일본 선사로부터 수주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조선업 불황으로 국내 중소 조선사가 줄도산하면서 참치선망선을 제조할 수 있는 곳도 대선조선뿐이다. 참치선망선 한 척의 가격은 3000만달러 수준으로 고부가 선박으로 분류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에 첫 발주된 연안여객선도 대선조선이 맡았다.

대선조선은 올 2분기 흑자를 거뒀다. 내년에는 연간 흑자 달성도 바라보고 있다. 권원협 대선조선 경영관리단장은 “지난 13일부터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시작해 ‘새 주인 찾기’에 나선 것도 생존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보유지분(67%) 전체를 매각할 계획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장이 영도와 다대포 등에 들어서 입지가 좋은 데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할 때 3000억원 안팎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부산=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