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14일 오후 3시7분

방산업체인 LIG넥스원의 주가가 최근 사상 최저가 수준으로 추락했다. 공매도 물량도 쏟아졌다. 증권가에선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회사 측이 4분기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대거 쌓기로 결정하면서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탓이다.
'충당금 폭탄'에 사상 최저가 찍은 LIG넥스원
◆주가 급락 배경은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IG넥스원은 1000원(1.77%) 오른 5만76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개인투자자들이 ‘사자’에 나서면서 4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LIG넥스원은 지난 9일 장 마감 이후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1170억원에서 468억원으로 60% 하향 조정한 뒤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했다.

10일에는 17.52% 떨어졌다. 10일 하락폭은 이 회사가 2015년 10월2일 증시에 입성한 이후 최대다. LIG넥스원은 10일과 13일 2거래일 연속으로 사상 최저가를 경신했다.

실적 전망치가 조정되면서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순이익)로 추정하는 적정 주가 수준도 하락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가 내놓은 LIG넥스원 목표주가의 현재 평균치는 8만4222원으로, 한 달 전(9만3692원)에 비해 10.1% 내려갔다.

주가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자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들은 10일, 13일 2거래일 동안 각각 536억원과 37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10일엔 사상 최대인 15만2679주의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실적이 급락했기 때문에 신용등급 정기평가 기간인 이달 말 또는 12월에 이 회사 기업어음(신용등급 ‘A1’)과 회사채(‘AA-’) 신용등급 조정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모 커지는 ‘부실 뇌관’

LIG넥스원이 실적 전망치를 낮춘 것은 이미 지출한 무기 개발비용 중 일부를 ‘손실’로 회계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이 회사가 4분기에 42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정도 금액을 손실처리하면 LIG넥스원은 4분기에 20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낼 것이란 게 증권업계의 추정이다.

LIG넥스원은 제품 개발 등을 진행하고도 발주처에서 받지 못한 개발비용을 미청구공사(미수 채권)로 잡아 매출에 반영해왔다. 미청구공사는 무기 개발이 지연되거나 개발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워지면 손실(충당금)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LIG넥스원의 올 상반기 말 기준 미청구공사 금액은 3410억원으로, 작년 말(2543억원)보다 34.0% 늘었다.

미청구공사 규모가 커지자 이 회사 실적과 기업 가치에 투자자들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투자자 중 일부는 “미청구공사의 부실 가능성을 낮게 보고 실적 추정치를 높게 발표한 증권업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최근 주가 급락으로 저평가 매력이 커졌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LIG넥스원이 국방부가 추진하는 선제타격 체계인 킬체인(Kill Chain)과 동시 요격을 담당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등에 무기체계를 공급, 생산하는 핵심 기업인 만큼 이들 체계가 현실화되면 실적이 순식간에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LIG넥스원의 유도무기 체계와 항공정찰 장비는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해 해외에서도 대규모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권희원 LIG넥스원 사장은 회사주식 1000주를 총 6260만원에 매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