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빈집 리사이클링, 더 활성화해야
요즘 우리나라는 구직자도 넘치고 일자리도 남는다. 일자리의 ‘미스매치(불일치)’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한편, 집을 구하는 이들도 넘치고 집도 남는 편이다. 주택의 미스매치다. 집은 매물로 나와 있어도 들어가 살고 싶지 않고 동네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눈높이 차이로 수요와 공급이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빈집은 사유재산의 문제다. 그런데 영국 중앙정부가 빈집고치기 기금을 조성하고, 미국 리치필드시가 빈집의 잡초 길이를 6인치 이하로 단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민이 집을 구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깨진 유리창이론’처럼 더럽고 위험하기 십상인 빈집을 채워 동네의 슬럼화를 막기 위한 것이다. 공공성이 있다.

전국에 107만 가구가 비어 있다. 전체 주택 중 6.5%다. 그중 아파트가 절반을 넘는다. 아파트는 주변 인프라가 있어 가격이 조정되면 그래도 입주자를 구할 수 있다. 문제는 30%에 가까운 30년 이상 된 주택이다. 특히 정비구역의 빈집은 그 집만 고쳐서는 여전히 살기 어렵다. 그래서 대개 전면 재개발이 추진된다. 인천의 경우 2005년에 대부분 원도심 지역을 정비구역으로 정했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로 대부분 사업이 진척되지 않았다. 한때 212개에 달하던 주택정비조합이 이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신축과 증축이 막힌 채로 10년이 넘게 흘렀다. 동네는 피폐해지고 사람들은 집을 남기고 떠났다.

하지만 전면적인 재개발도 사람들을 떠나게 한다. 서울 뉴타운은 원주민의 4분의 1만 재정착했다. 심지어 인천 동구의 화도진 지역은 원주민 재정착률이 8%밖에 안 된다. 보상비는 적고 분양가는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니 우선 동네를 살게끔 바꾸자는 여론이 커지는 것도 당연하다. 주차장, 소공원 같은 여백을 늘리고 마을관리소도 만들어 소소한 어려움을 같이 풀어나간다. 인천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도 전체의 85%를 조금씩 바꾸는 방법을 택했다. 김치공장처럼 마을사람들이 같이 일할 터전도 만들었다.

다음은 빈집을 채우는 것이다. 빈집을 고쳐서 집이 없는 사람에게 저렴하게 빌려주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수리비 반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사회적 기업 또는 집주인이 부담한다. 그렇게 해서 사회적 기업과 집주인이 주변시세의 50~80% 정도의 수준으로 집세를 받는다. 서울의 빈집살리기 프로젝트, 부산의 둥지사업이 그런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도 나섰다. 지방자치단체, 세입자 그리고 집주인 모두에게 좋아 보인다.

그런데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도시재생을 담당하는 일선 공무원은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보니 가장 어려운 것이 사업대상 빈집을 구하는 것이다. 찾기도 어렵고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우선 집주인이 개발을 앞두고 재산권의 침해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집이 무허가이거나 권리관계가 복잡해 꺼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내년 2월이면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발효된다. 빈집을 고칠 때 건폐율도 늘려주고, 집주인 파악 등 빈집 실태조사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작년에 건축법에 1년 이상 방치된 집은 철거할 수 있는 근거도 생겼다.

우리나라의 리사이클링은 세계적 수준이다. 그런데 빈 봉지는 재활용하면서 제일 자산인 주택의 재활용은 부진하다. 적절히 수리해 재활용해야 한다. 13.5%가 빈집인 일본은 신축보다 재활용이 대세다. ‘빈집 뱅크’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지자체마다 관련 조례를 꼼꼼히 만들어 대응한다. 우리의 빈집 고치기는 지자체 예산을 활용하고는 있지만 그 물량을 생각하면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집을 고치는 비용을 국가 차원의 펀드로 조성해 집주인이나 사회적 기업에 장기저리로 대여한다든지 하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

배준영 <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