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식물성 고기 '베지 푸드'
육고기 대체품이 처음 나온 것은 6세기 중국에서라고 한다.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양(梁) 무제는 고기와 술을 일절 금했다. 그 전까지 고기를 먹던 사람들과 일부 승려들은 고심 끝에 대체식품을 발명했다. 그중 하나가 대두의 단백질로 만든 ‘콩고기’였다. ‘채식 혁명’의 시초였다.

기술이 발달하자 유부와 버섯으로 닭고기 맛을 내고, 연근과 밀가루로 갈비구이 맛까지 흉내냈다. 이는 일본에 전파돼 두부를 이용한 장어구이 요리 ‘쇼진 우나기(精進うなぎ)’로 이어졌다. 서양에서는 2차 대전 후 유명 채식주의자들의 관심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식물성 고기의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인 임파서블 푸드가 지난해 내놓은 ‘임파서블 버거’다. 고기 맛의 핵심은 헤모글로빈의 구성 물질인 헴(heme) 성분이다. 콩과 식물 뿌리에서 헴의 복제 물질을 추출해 사용한다. 또 다른 회사 비욘드 미트는 식물 단백질로 유사 닭고기를 만들어 팔고 있다.

식물성 고기의 이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콜레스테롤이나 포화지방산이 없어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섬유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영양도 뛰어나다. 소화 시간이 고기보다 짧아 위와 장에 부담이 적은 것 또한 장점이다.

인류의 식량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동물을 직접 기르는 것보다 생산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그만큼 경제성과 효율성이 높다. 분뇨와 가스 배출 등 환경 오염을 줄이고, 가축의 생명 윤리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

전 세계 채식 인구는 현재 2억 명에 이른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에도 150만 명이나 된다. 채식을 좋아하는 이유로는 건강, 종교, 환경, 생명사랑 등 여러 가지가 꼽힌다. 최근에는 채소(vegetable)와 경제(economics)를 합친 신조어 ‘베지노믹스(vegenomics·채식 경제)’까지 등장했다.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미국 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고기 대체식품 시장이 2020년 52억달러(약 5조8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 홍콩 갑부 리카싱이 투자해 인공계란을 선보일 때만 해도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그가 자회사와 구글, 빌 게이츠 투자회사와 함께 임파서블 푸드에 7500만달러(약 859억원)를 투자한 뒤로 속도가 붙었다.

엊그제 임파서블 푸드가 2억7350만달러(약 3067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미국 대형 식품유통업체인 시스코, US푸드와 유명 레스토랑 납품 계약도 체결했다. 비욘드 미트 등 다른 회사에도 벤처계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산업에 새로운 ‘베지 푸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혁명 덕분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