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미국·불가리아는 20분 이상…한국사례는 조사 포함안돼
환자 1인당 진료시간 5분 미만 국가 '수두룩'…스리랑카는 48초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환자 1인당 진료시간이 5분 미만에 불과해 여러 문제가 우려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그레그 어빙 교수를 비롯해 포르투갈, 핀란드 등의 학자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이런 연구논문을 국제 의학 학술지 BMJ의 논문 무료 온라인 공개 사이트인 'BMJ 오픈(Open)'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1946~2016년 사이에 각국에서 영어·중국어·일본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러시아어 등으로 발표된 진료시간 관련 연구자료 1천16개를 검색, 이 가운데 178개 연구논문을 추려 종합적인 문헌 자료 비교 분석(메타분석)을 했다.

이 논문들의 설문 및 조사 대상은 총 67개국, 2천857만여 명이며 이번 연구는 역대 최대의 국제비교분석이었으나 한국 사례는 포함되지 않았다.

분석 결과 환자 1인당 1차 의료기관(이른바 동네 의원) 의사의 환자 1인당 평균 진료시간(의사의 진찰과 처방, 상담 등 포함)은 방글라데시 48초에서 스웨덴 22분30초에 이르기까지 나라별로 매우 달랐다.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 세계 인구 절반이 사는 15개국의 진료시간은 5분 미만이었다.

독일 등 25개국에선 5~9.9분이었다.

오스트리아 등 11개국은 10~14.9분, 스위스와 러시아 등 13개국은 15~19.9분이었다.

스웨덴, 미국, 불가리아 등 3개국의 경우 20분 이상이었다.

진료시간은 그 나라의 1인당 보건의료비 지출액이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시 말해 환자 당 진료비(또는 의사 수입)가 많을수록 진료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건의료비 지출 비중이 매우 낮은 불가리아를 비롯해 상당수 국가에서도 진료시간이 상대적으로 매우 긴 편이어서 '돈이 전부'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인구 대비 의사 수, 방문 환자 수와 의료 접근성, 당뇨 같은 외래진료에 민감한 질환의 비중, 의사의 업무 효율성, 보건의료제도, 예약제 등 의료 관행 등도 상관관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기구들의 의료의 질 및 안전하고 효율적인 의약품 사용 등의 평가에 진료시간은 중요 척도라면서 이처럼 짧은 진료와 상담시간은 질병 진단과 치료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여러 연구에선 진료시간이 짧을수록 약물 과잉 처방, 항생제 남용 등이 늘고 진단과 치료의 적절성은 떨어지고 환자 만족감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의사들도 이처럼 짧은 진료시간에 불만을 느끼면서도 현실에 적응하면서 '성취감 부족과 업부 과중으로 인한 탈진증후군'(Burn Out)에 시달리는 비율이 커지며 이는 환자에게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따라서 각국이 자국의 제도와 재정을 비롯해 여러 형편에 맞게 1인당 진료시간을 늘릴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