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 관계정상화 확고한 의지 표명…회담 시종 화기애애
文대통령, '매화는 겨울 이겨낸다' 梅經寒苦 인용…"협력본격화 신호탄"
시진핑 "韓中, 경제사회·양자관계·한반도 문제에 공동이익 가져"
中관계자 "우리에겐 南北 똑같이 중요"…회담시간 예정보다 20분 넘겨
문 대통령 "비온 뒤 땅 굳어"… 시진핑 "오늘 만남 양국관계 중대계기"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1일 만남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빌미로 16개월 동안 얼어붙었던 양국관계를 해소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7월 첫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도 문 대통령과의 소통을 사실상 거부해왔던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관계 해빙은 물론 북핵 협력을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혀 양국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부풀렸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먼저 말문을 연 정상은 시 주석이었다.

그는 "문 대통령과 다시 만나 아주 기쁘다.

함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 참석하고 다시 만나 의견을 교환하게 돼 아주 기쁘다"며 "7월 베를린에서 문 대통령과 처음 만났을 때 공통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고, 적지 않은 중요한 합의를 했다"고 말하면서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그러면서 "얼마 전 문 대통령께서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저의 총서기 연임을 축하하는 축전을 보내주셨는데 감사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19차 당 대회는 중국의 경제·사회에 있어 개혁의 청사진을 정했고, 이 청사진은 21세기 중반까지 다 포괄하는 것으로 중국의 발전에 커다란 동력을 부여할 것"이라며 "한국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중국과 협력하는 좋은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오늘 우리 회동은 앞으로 양국관계 발전과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양측의 협력과 리더십 발휘에 있어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는 "중한 양국은 각자 경제사회 발전, 양자 관계의 발전적인 추진, 세계 평화의 발전에서 광범위한 공동의 이익을 갖고 있다"며 한중 양국의 공통분모를 부각한 뒤 "중한 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관건적 시기에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4개월 만에 뵙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두 번째 회담인 만큼 시 주석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진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19차 당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시 주석께서 당 총서기에 연임한 것 다시 축하드린다"며 "특히 시 주석께서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함을 누리는 '소강사회' 달성을 강조한 것을 보면서 진정 국민을 생각하는 지도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저와 정부가 추진하는 사람중심 경제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평가한 뒤 "이런 목표를 양국이 함께 노력하며 실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의 속담과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양국관계가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희망했다.

문 대통령은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매경한고(梅經寒苦)라고 '봄을 알리는 매화는 겨울 추위를 이겨낸다'는 중국 사자성어도 있다"며 "한중관계가 일시적으로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서로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한중 간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할 수 있게 양측이 함께 노력하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 외교당국 간 협의를 통해 두 나라 사이에서 모든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기로 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시 주석께서 19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새 시대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한중관계에서도 진정한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거듭나고 한중관계의 새 시대를 열어나갔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시 주석님과의 회담이 그동안 움츠러져 있었던 양국 간 정치·경제·문화·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의 협력들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모두 발언을 마쳤다.

애초 이날 오후 5시로 예고된 정상회담은 시 주석의 일정이 지연되면서 37분 늦게 시작됐으며, 회담 시간도 예정보다 20분 넘겨 50분간 진행됐다.

회담장을 들어설 때 두 정상 모두 미소를 보였으며, 공히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붉은색은 중국의 색깔을 상징하는 것으로,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세심하게 챙겼음을 엿보게 했다.

시 주석 역시 회담 초반 모두발언에서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고 말하면서 두 차례나 "잘 들리십니까"라며 문 대통령이 착용하고 있던 통역기 상태를 확인했다.

번역기 세팅이 되기 전에 발언을 시작했던 탓인데 시 주석은 번역기 설치 완료를 확인하고서 "네 좋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합니다"라며 이미 했던 인사말부터 다시 시작하는 배려를 보였다.

이는 지난 7월 정상회담 당시 시 주석의 모두발언 때 문 대통령의 통역기가 작동하지 않아 옆에 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자신의 통역기를 문 대통령에게 급하게 전달했던 해프닝을 시 주석이 기억하고 있었기에 나온 상황이었다.

시 주석은 그때도 문 대통령이 강 장관의 통역기를 착용하자 "잘 들리십니까"라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네 잘 들립니다"라고 답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었다.

시 주석은 당시 통역기 사고로 문 대통령의 자서전 속 '명언'이 인상적이었다는 인사를 두 번 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 외교부 신문판공실 직원들이 오늘 회담 현장에서 지난 7월 정상회담 때보다 친절한 것 같다"고 촌평했다.

실제로 중국 측은 회담 전 회담장을 미리 공개하면서 정상들의 동선과 포토라인 등 시나리오를 설명할 때 우리 측 질문에 친절히 답변하고 제공할 통역기 개수 등에서 매우 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장에 있던 한 중국 외교부 직원은 취재진에게 "회담 분위기를 어떻게 봤느냐"고 물었고, "두 정상이 4개월 만에 재회해 따뜻한 태도를 보여준 것 같다"고 하자 "정말 잘 됐다"고 적극 공감하며 "중한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한국과 북한 양쪽이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