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말하는 대로 하는 비정상적 외교"…기록 없는 비공식 만남에도 '우려'
일본 아베 '미국 무기구입' 발언 후폭풍… 이방카 지원도 '비판론'
지난 6일 미·일 정상의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군사장비 구입 요구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받아들인 것을 두고 비판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장비를 구입하면 상공에서 북한 미사일을 쏘아 떨어트릴 수 있다"며 미국 무기에 대한 적극적인 세일즈를 펼쳤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일본이 방대한 무기를 사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으로부터 더 구입하겠다"고 답했다.

마이니치문은 이와 관련해 정부 내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며 재정 사정이 힘든 까닭에 미국 군사장비 구입을 늘리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아베 정권하에서 미국으로부터의 군사장비 구입이 이미 증가했다며 구입한 장비의 대부분은 미국 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정부 간 유상군사원조(FMS)라고 설명했다.

FMS로 인한 일본의 군사 장비 구입액은 2008~2012년 5년간 3천647억엔(약 3조5천681억원)이었지만, 아베 정권이 예산을 편성한 2013~2017년에는 1조6천244억엔(약 15조8천928억원)으로 4.5배 늘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마이니치에 "차기(2019~2023년도)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을 짤 때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이 상하게 하는 수준의 내용을 넣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군사장비 구입을 늘리는 것이 지역의 긴장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시민단체 '피스데포'의 유아사 이치로(湯淺一郞) 부대표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정권이 군사력에 의하지 않는 안보정책은 검토조차 하지 않은 채 미국이 말한 대로의 외교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정상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주도하는 여성기업가 지원기금에 거액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비판 여론이 많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일 도쿄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한 이방카에게 5천만 달러(약 558억원·57억엔)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도쿄신문은 이방카 주도 기금에 지원할 돈의 재원은 세금이라며 "다른 예산의 삭감이 필요하다"는 재무성 관계자의 이야기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기간 두 정상이 골프와 식사 등을 통해 장시간 함께 있었지만, 대화 내용이 기록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도쿄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2박3일 방일 기간 두 정상이 9시간30분 가량을 함께 보내며 밀월 관계를 과시했지만, 골프를 칠 때 등에는 기록을 하지 않았다며 중요한 대화가 있었더라도 기록이 남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