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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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주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측이 FTA 재협상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협상 진행 방향을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미 정상은 전날 열린 정상회담에서 FTA 개정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동맹의 한 축이 경제 협력임을 재확인했다"며 "한미 FTA 협의를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협정은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는 그렇게 좋은 협상이 아니다"며 "문 대통령이 더 나은 협정을 추구하도록 지시한 것에 사의를 표한다"고 답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한미 FTA 개정 협상이 관련주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자동차·철강 업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는 FT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누리고 있다. 경쟁 상대인 일본·유럽산 자동차(2.5% 관세율)보다 관세 측면에서 이점을 누리는 중이다.

자동차주(株)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첫날인 7일 이후부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장주 현대차는 이틀간 약 2.21%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0.85%, 현대모비스는 2.7% 가량 떨어졌다. 자동차 부품주도 울상짓긴 마찬가지다. 현대위아와 한온시스템은 이틀간 1.6%, 1.96% 하락했고 만도는 6.37% 급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FTA 재협상 진행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며, 자동차 업계의 대응 방안도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FTA가 개정되면 그간의 관세 혜택이 사라질 수 있는 만큼 시장의 우려가 커 주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며 "자동차 업계가 어떤 대응 방안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현대차나 기아차는 미국에 공장을 증설하는 방안 등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우려만큼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산 자동차는 FTA 효과보다 제품 경쟁력 개선 및 시장 확대로 수출이 증가했다"며 "수출 증가가 관세 변화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졌고 개정안이 발효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증시에서는 철강주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포스코(POSCO)는 2.61% 빠졌다. 동부제철과 우선주인 동부제철 우는 각각 0.71%와 2.56% 하락했다.

다만 철강업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무관세 협정 원칙을 적용받기 때문에 FTA 개정의 직접적 영향권 내에는 있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 측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반덤핑·상계관세 등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철강은 2004년부터 WTO의 무관세 협정 원칙이 적용되고 최혜국 대우 원칙도 유효하다"며 "관세 부문에 있어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철강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주요 판재류에 대해 높은 수준의 특별관세(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이미 부과했다"며 "국내 고로사들의 미국향 철강 수출은 미미(POSCO 1%, 현대제철 4.5%)한 수준이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세아제강의 경우에는 미국향 수출물량이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피해는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