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부품 하루 만에 뚝딱…요리개발실선 세계 각국 조리법 연구
LG 가전 개발의 산실… 지난달 문 연 창원R&D센터
6일 오후 경남 창원의 LG전자 창원 1사업장(공장) 단지에 들어서자 우뚝 솟은 건물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완공된 창원R&D센터다.

창원R&D센터는 냉장고, 정수기, 오븐, 쿡탑 등 LG전자 주방가전의 R&D를 책임지는 '주방가전의 산실'이다.

그동안 주방가전 R&D 부서는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지만 시너지 효과와 임직원들의 쾌적한 개발환경 조성을 위해 지하 2층, 지상 20층짜리 신축 건물로 통합했다.

연면적 5만1천㎡의 공간에 1천500여명의 연구원이 일하고 있다.

창원R&D센터는 마곡 사이언스파크, 양재동 서초R&D캠퍼스, 강남R&D센터, 인천R&D센터 등과 함께 LG전자의 주요 R&D센터 중 한 곳이다.

이 건물은 주방가전 R&D를 담당하는 곳답게 냉장고에서 건물의 디자인 콘셉트를 따왔다고 한다.

여기에 전통 창호의 격자무늬 디자인 등을 가미했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LG전자의 주방가전들이 이 건물에서 제품화돼서 생명을 갖고 소비자한테 전달되는, 그야말로 산실인 셈"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둘러본 R&D센터 내 요리개발실은 싱크대와 전자레인지, 오븐 등이 갖춰진 곳으로, 연구실보다는 주방에 가까웠다.

저온에서 숙성시키는 인큐베이터, 피자 화덕, 오븐, 아웃도어 그릴 등은 물론 파키스탄과 인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쓰이는 가마 형태의 오븐인 '탄두르'까지 갖춰져 있었다.

이 연구실의 임무는 조리기구는 물론 조리법까지 개발하는 것이다.

LG의 가전을 이용해 한식은 물론 미국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 인도, 멕시코 등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맛있게 조리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전통적인 조리기구와 조리법으로 만든 요리와 맛이나 풍미, 외관 등에서 대등한 수준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런 요리 메뉴를 개발하는 일은 요리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요리책이나 인터넷을 뒤지는 것에서 시작한다.
LG 가전 개발의 산실… 지난달 문 연 창원R&D센터
이어 전통 조리기구로 조리한 요리나 유명 레스토랑에서 만든 요리를 체험한다.

그런 다음 LG전자의 조리기구를 이용해 이를 조리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최종적으로는 현지 고객들로부터 맛에 대해 평가를 받는 과정을 거쳐 요리 메뉴가 개발된다.

최근에는 '수비드(Sous Vide)'란 새로운 조리법을 LG 가전에 도입하기도 했다.

수비드는 프랑스어로, 영어로 치면 '진공 포장(Under Vacuum)'에 해당한다.

음식물을 진공포장한 다음 저온에서 장기간 조리하는 게 특징이다.

장시간 저온 조리로 음식물이 타지 않으면서 균일하게 익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수비드 조리법으로 스테이크를 만들면 질감이나 향, 영양분이 훨씬 뛰어나다"고 말했다.

예컨대 일반 스테이크 조리법은 200∼260도의 온도에서 굽지만 수비드 조리법은 55도에서 장기간 조리한다.

요리 전체가 '미디엄 레어' 정도로 익는다.

그러다 보니 정확한 온도 제어, 미세온도 조절이 핵심적 기술이다.

R&D센터에는 또 대당 8억원씩 하는 3D(3차원) 프린터기 2대 등 모두 4대의 3D 프린터가 있는 '3D 프린터실'이 있다.

액체 플라스틱을 이용해 시험용 부품을 하루이틀 만에 만들어 실물 모델에 투입하는 곳이다.

3D 프린터는 액체로 녹인 플라스틱을 겹겹이 쌓아 입체적인 부품을 만드는 장비다.

가장 큰 것은 냉장고 도어만 한 크기의 부품까지 만들 수 있다.

그전에는 외부 업체에 이런 부품 모형 제작을 맡겼지만 비용이 비쌌다.

LG전자 관계자는 "3D 프린터를 도입한 뒤 부품 모형 제작 비용을 연간 7억원 줄였고, 소요 시간도 30%가량 절감하게 됐다"며 "특히 외부로 부품이 나갔다 들어오면 보안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3D 프린터로 조달하는 부품은 이곳 연구소에서 쓰는 부품의 80%가량을 차지한다.

R&D센터 지하에는 또 시료 보관소가 있다.

개발 단계에 있는 시험용 냉장고나 식기세척기 등을 보관해뒀다가 필요하면 언제든 다시 연구실에 가져다 참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료 도서관인 셈이다.

400평 정도의 규모에 최대 750대 정도의 시료를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는 500대 정도만 보관 중이다.

송승걸 LG전자 H&A사업본부 쿠킹·빌트인BD(전무) 담당은 "창원R&D센터는 가전산업을 이끌어갈 핵심 인재를 육성하는 곳이기도 하다"면서 "앞으로도 여기서 개발한 제품들이 전 세계 170여개 국가에 수출되면서 한국의 위상을 알리고 고객들에게 가치와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