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중소형 보험사 중 처음으로 글로벌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면서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새 보험업 회계처리 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보험사들의 영구채 발행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이 30년 만기 영구채 5억달러(약 5560억원)어치 발행을 위해 전날 벌인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글로벌 기관투자가 43곳이 7억달러의 매수주문을 냈다. 아시아(77%)와 유럽(23%) 기관들이 투자 의사를 보였다. 노무라증권과 JP모간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이번 글로벌 영구채 발행은 지난 7월 교보생명에 이어 국내 보험사 중 두 번째다. IB업계 관계자는 “발행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시장 예상을 뒤엎고 낮은 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채권발행은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대형사만 가능할 것이란 인식을 깬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글로벌 영구채 금리는 연 4.475%로 결정됐다. 흥국생명이 당초 희망한 수준(연 4.625%)보다 0.15%포인트 낮다. 원화로 환산했을 때 금리는 연 3.9%대로 한화생명이 4월 발행한 원화 영구채 금리(연 4.582%)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번 영구채에 붙은 글로벌 신용등급은 ‘Baa3’(무디스 기준)로 이 회사 신용등급(Baa1)보다 두 단계 낮은 평가를 받았다.
흥국생명은 3월 국내에서 사모 영구채 발행으로 350억원을 마련했지만 비슷한 시기 준비한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는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금리 수준이 높아 발행을 포기했다. 지난 2분기에도 몇몇 기관을 상대로 사모 영구채를 발행하려고 시도했지만 투자자 확보에 실패해 계획을 접었다. 재무구조 개선이 지연되면서 이 회사 신용등급은 6월 ‘AA+’에서 ‘AA-’로 한 단계 떨어졌다.
흥국생명은 이번 글로벌 영구채 발행으로 자본 확충에 성공하면서 RBC 비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 회사의 지난 상반기 말 기준 RBC 비율은 162.2%로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15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2021년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야 하는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부채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미리 자본 확충 등을 통해 RBC 비율을 끌어올리도록 권고하고 있다.
업계에선 흥국생명에 이어 다른 중소형 보험사도 대규모 자본 확충 시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3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준비 중인 KDB생명(RBC 비율 128%)을 비롯해 현대라이프(163.6%) 신한생명(181.5%) 동부생명(188.1%) 등 RBC 비율이 200%에 못 미치는 보험사가 적지 않아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흥국생명의 글로벌 영구채 발행 성공은 다른 중소형 보험사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5일 자크 플리스 주한 룩셈부르크대사관 대사 및 룩셈부르크 금융진흥청(LFF) 대표단과 간담회를 갖고 양국 금융투자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LFF는 룩셈부르크 금융산업 발전·홍보, 비즈니스 기회 발굴 및 국제투자 유치 등을 지원하는 정부산하기관이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2023년 12월 주한 룩셈부르크대사관 공식 개관 이후 이뤄진 첫 방문 행사다.자크 플리스 대사는 "룩셈부르크는 국경 간 펀드시장에서 세계 1위의 국제 금융 허브로서 한국 금융투자회사에게 최적의 영업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경쟁력의 배경으로 룩셈부르크 내에서 펀드에 대한 법인세와 환매 시 양도소득세가 발생하지 않아 투자자 유치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음을 설명했다.또 유럽연합(EU) 내에서 추가 승인 없이 유통 가능한 유럽 공모펀드 투자 지침(UCITS) 펀드의 규모가 글로벌 UCITS 펀드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룩셈부르크가 유럽 금융시장과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했다.플리스 대사는 또 "한국 금융기관이 룩셈부르크의 세제 정책과 펀드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서유석 회장은 "룩셈부르크는 안정적이고 유연한 금융 제도, 세제 혜택, 그리고 국경 간 펀드 운용 역량을 갖춘 세계적 수준의 자산운용 허브"라며 "국내 금융기관이 이러한 룩셈부르크 시장의 강점을 활용해 새로운 자금 조달 경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그러면서 "룩셈부르크의 선진 금융시장 모델을 벤치마킹해 한국이 아시아의 글로벌 자산운용 허
금융위원회가 이달 31일 공매도 전면 재개를 앞두고 관련 법규 개정을 마무리했다.5일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제도개선 후속 조치로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금융투자업 개정안은 무차입 공매도 방지 조치를 구체화했다. 법인·기관투자자는 무차입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 기준에 따라 독립거래단위, 시장조성·유동성 공급 업무용 계좌, 펀드·일임·신탁 등의 계좌별로 잔고 범위 내에서 매도주문이 나가도록 관리해야 한다.또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기관투자자는 금융감독원에서 공매도 등록번호(ID)를 발급받아 매매주문 시 제출해야 한다.공매도 주문을 직접 제출하는 증권사는 공매도 거래와 독립된 부서에서 12개월마다 무차입공매도 방지 조치를 했는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1개월 이내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거래소 시장감시규정 개정안은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중앙점검 시스템(NSDS) 운영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금융위는 "기관투자자의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과 NSDS 간 연계 테스트를 수행하는 시스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며 "제도개선 시행 전까지 전산 시스템을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 시 발생할 수 있는 개별 종목의 변동성을 완충하기 위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의 한시적 확대 운영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양현주 기자 hjyang@hankyung.com
석유화학주가 5일 국내 증시에서 일제히 급등했다. 중국 정부가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내수 진작을 바탕으로 한 경기부양 의지를 강조하면서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롯데케미칼은 1만1000원(18.03%) 오른 7만2000원에, 대한유화는 8400원(9.48%) 상승한 9만70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태광산업(9.8%), 롯데정밀화학(9.44%), 애경케미칼(5.53%), 금호석유(4.57%) 등도 강세였다.중국의 경기 부양 기대감이 석유화학 관련 종목들의 주가를 끌어 올린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산업의 장기 부진의 진원지가 중국에서의 공급 과잉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내수진작 정책으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과잉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상한 것이다.중국 정부는 이날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를 지난해와 같은 5% 안팎으로 설정하는 한편,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내수 진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도 경제 성장률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석유화학기업들의 원가 부담도 완화될 전망이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4월 인도분은 배럴당 68.2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월13일의 고점(배럴당 78.82달러) 대비 13.4% 하락헀다.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거의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에 나선 데 따른 물가 상승을 막을 방안으로 석유·가스 개발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공급 증가는 국제 유가를 더 짓누를 가능성이 있다.유안타증권은 롯데케미칼이 올해 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