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양육방식은 다양하게 인정…부정수급이라 볼 수 없어"
법원 "육아휴직 기간 아이와 따로 살아도 휴직급여 자격된다"
육아휴직 기간에 아이를 직접 기르지 않고 장기간 해외에 머물면서 휴직급여를 받았더라도 아이가 아팠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함께 출국하지 못한 것이라면 '부정수급'이 아니므로 반환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4부(조경란 부장판사)는 3일 정모씨가 휴직급여 반환명령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육의 방식은 다양하고 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양육의 방식에 관해 일률적인 기준이 정해져 있지도 않다"며 "육아휴직 기간 중 해외로 출국해 아이와 따로 거주한 정씨가 육아휴직 급여를 신청해 지급받은 행위는 휴직급여 반환요건인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를 지급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이와 떨어져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당사자가 처한 상황이나 양육방식의 구체적 타당성 등을 따지지 않고 곧바로 '부정수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고용보험법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육아휴직급여를 받은 경우 고용노동청이 이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2011년 4월부터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신청한 정씨는 매달 81만원의 휴직급여를 받았다.

하지만 정씨는 휴직 기간에 8개월 동안 아이를 모친에게 맡기고 남편과 멕시코로 출국해 따로 살았다.

노동청이 "영유아와 동거하지 않게 된 경우 7일 이내에 사업주에게 알려야 한다"는 남녀고용평등법 조항을 들어 지급된 급여 807만원을 반환하라고 하자 정씨가 소송을 냈다.

그는 "함께 출국하려 했지만, 아이가 아파 부득이하게 떨어져 살게 됐다"며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를 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에서는 정씨가 멕시코에 거주하는 동안 받은 휴직급여가 '부정수급'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실질적으로 영유아를 양육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정씨의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2심은 "영유아와 동거하지 않으면서 휴직급여를 받은 것은 부정수급"이라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육아휴직 기간에 아이와 떨어져 멕시코로 출국해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부정수급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원심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열라고 했다.

양육 방식에 일률적 기준이 없으므로 구체적·개별적 사정을 따져보라는 취지다.

다시 열린 2심은 대법 취지에 따라 "부정수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