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사임을 밝히자 우리은행 임직원들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 행장이 물러나게 된 데는 옛 한일은행 출신과 상업은행 출신 간 해묵은 반목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우리은행 내에서 퍼지면서 최악의 분열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또 차기 행장 선임을 앞두고 벌써부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간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은행 관계자는 2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문건에서 특혜 채용된 16명을 추천한 우리은행 임직원이 전원 상업은행 출신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채 때만 다가오면 임원들에게 수많은 청탁이 들어온다”며 “현재 우리은행 임원진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이 비슷한 비율로 포진해 있는데 상업은행 출신들만 명단에 들어 있는 게 이상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은행은 1998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해 한빛은행으로 통합 출범했다. 내부에선 여전히 출신에 따라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계파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후 은행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들이 번갈아 맡아왔지만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전 행장에 이어 이광구 행장이 연달아 수장 자리를 꿰차자 한일은행 출신들 사이에선 불만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임을 발표한 이 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정권 교체 이후 금융계 수장이 바뀌면서 한일은행 출신들이 행내 주도권을 찾기 위해 채용비리 관련 문건을 작성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은행 임원으로는 행장 밑에 3명의 부문장과 9명의 집행부행장 및 준법감시인이 있다. 이 행장을 제외한 임원 중 상업은행 출신과 한일은행 출신은 각각 6명이다.

금융계는 우리은행에서 계파 간 갈등이 사라지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임직원 중 20% 정도는 상업은행, 한일은행 출신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부장급 이상으로 최소 5년은 더 지나야 계파 갈등의 고리가 끊기지 않겠느냐는 게 우리은행 직원들 얘기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