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의 대가’로 꼽히는 에이드리언 보이어 렙랩연구소 설립자가 2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7’에서 ‘오픈소스 하드웨어 혁명을 말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3D 프린터의 대가’로 꼽히는 에이드리언 보이어 렙랩연구소 설립자가 2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7’에서 ‘오픈소스 하드웨어 혁명을 말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3D(3차원) 프린터의 아버지’가 들려준 미래의 모습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에이드리언 보이어 렙랩연구소 설립자는 “3D프린터 등 기술의 발전이 자본주의 사회를 대량생산에서 개별 생산 시스템으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례로 “가까운 미래에 누구나 3D프린터로 손쉽게 전기차를 한 대씩 만들어내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보이어 설립자는 2일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7’에서 ‘오픈소스 하드웨어 혁명을 말하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2004년 영국 바스대에 자기복제가 가능한 3D프린터를 개발한 인물이다. 보이어 설립자는 3D프린터와 같은 혁신적인 정보기술(IT) 도구들이 미래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기업에 미칠 파장은 상상 이상이다.

보이어 설립자는 1인 기업 전성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세탁기를 예로 들었다. “우리의 조부모들은 세탁물을 한데 모아 빨래방이나 공장에 보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가정에 놓여 있는 세탁기가 빨래를 해준다”는 것이다. 태양광 패널도 마찬가지다. 보이어 설립자는 “여태까지는 대규모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했지만 점점 가정집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개인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량생산체제의 상징인 자동차마저 개인 차고에서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보이어 설립자가 그리는 미래다. 그는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가장 저렴한 3D프린터를 4만달러에 구매했지만 이제는 400달러면 3D프린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환경 변화에 맞서려면 기업들은 독점이 아니라 공유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이어 설립자는 테이블에 놓여 있는 유리잔을 사례로 공유가 어떻게 수익으로 이어지는지 설명했다. “이 유리잔을 보세요. 처음 만든 기업이 지금껏 특허를 주장했으면 어땠을까요. 특허에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렙랩연구소는 이 같은 공유의 개념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그가 설립한 기업이다. 보이어 설립자는 렙랩연구소가 개발한 3D프린터와 관련한 설계도, 제조법 등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공개된 정보를 활용해 기업들은 3D프린터를 훨씬 저렴한 가격에 생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3D프린터 제조사인 프루사는 연간 2500만달러(약 278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렙랩연구소가 공개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덕분이다.

보이어 설립자는 기술 발전이 부의 편중 현상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3D프린터가 보급되면 모든 제조업의 장벽이 낮아져 개인이 진입할 수 있게 되고, 결국 한쪽에 집중돼 있던 부가 개인들에게 널리 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