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 기록물'·'조선왕실 어보'·'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등재 한국 보유 세계기록유산 16건으로 늘어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타이완 등 9개국이 공동으로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등재에 실패했다.
위안부 기록물과 같이 등재를 신청한 '조선통신사 기록물'과 '조선왕실의 어보와 어책',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세계기록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31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유네스코가 이날 공개한 신규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포함되지 않았다.
유네스코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 등을 통해 위안부 기록물과 일본 정부가 단독 신청한 '위안부와 일본군 군율에 관한 기록'을 심사해 '대화를 위해 등재 보류 권고'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위안부와 일본군 군율에 관한 기록은 위안부가 합법적으로 운영됐다는 내용을 담은 자료다.
앞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The 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는 지난 24일부터 나흘간 프랑스 파리에서 제13차 회의를 열어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가치를 심사했고,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등재 여부를 최종 결정했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인권 유린을 당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서 발언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상 규명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자료'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분담금을 무기로 유네스코를 압박한 일본 정부의 저지를 이겨내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막기 위한 총력전을 벌였고, IAC와 유네스코는 이해 당사국 간 역사 인식이 다를 경우 심사를 보류한다는 내년도 제도 개혁안을 앞당겨 적용해 심사를 보류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2015년 단독으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를 신청했다가 유네스코로부터 다른 피해국과의 공동 등재를 권고받았다.
이에 따라 8개국 14개 단체로 구성된 국제연대위원회와 영국 런던 임페리얼 전쟁박물관이 '일본군 위안부의 목소리'라는 명칭으로 지난해 등재를 재신청했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상세히 알려주는 피해자의 증언 기록을 비롯해 위안부 운영 사실을 증명할 사료와 위안부 피해자 조사 자료, 피해자 치료 기록, 피해자 지원 운동 자료 등 2천744건으로 구성됐다.
한편 한국과 일본의 민간단체가 등재를 공동 추진한 '조선통신사 기록물'과 '조선왕실의 어보와 어책',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모두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조선이 임진왜란이 끝난 뒤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0여 년간 바쿠후(幕府, 무사정권)의 요청으로 일본에 12차례 파견한 외교사절에 관한 기록을 지칭한다.
외교 기록, 여정 기록, 문화교류 기록 등으로 나뉘며 기록물 수는 111건, 333점이다.
1783년 변박이 초량왜관을 그린 '왜관도'와 신유한이 1719년 통신사로 다녀온 뒤 쓴 '해유록'(海游錄) 등이 포함됐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전쟁을 치른 양국이 사절단을 통해 문화교류를 이어갔고 평화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