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제과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때아닌 '버터 대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산 버터 생산량은 줄고 있는 데 반해 전 세계적으로 수요는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대에서 버터가 점차 사라지면서 프랑스 상점들이 바짝 마른 바게트처럼 되고 있다.

이로 인해 버터를 유달리 사랑하는 프랑스인 사이에서는 불안감마저 조성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전했다.
프랑스 때아닌 '버터 대란'… 공급 부족·수요 급증 탓
대학교수인 로랑스 메르(53)는 가게에서 버터를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프랑스에서 버터를 살 수 없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이제 버터 부족은 전국적인 현상이 됐지만 이를 진정시켜 보려는 노력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프랑스인들의 버터 사랑은 새삼 놀라운 일이 아니다.

국제낙농연맹(IDF)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지난해 1인당 18파운드(8.2㎏)의 버터를 먹어치웠다.

이는 유럽연합(EU) 평균보다 2배 이상, 미국에 비해서는 3배가 각각 넘는 수준이다.

뉴스 포털 등에서는 버터 대신 다른 것을 이용하는 게 어떤지에 대한 제안에서부터 크리스마스 때 버터 사용이 과연 좋은지 등에 대한 제안이 잇달고 있다.

농업 담당 장관은 의회에 출석해 의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텅 빈 버터 판매대의 모습이 등장했고 저렴한 가격에 버터를 판다는 가짜 광고까지 나돌고 있다.

프랑스낙농협회 제라르 칼브릭스 경제분석팀장은 "지난봄부터 버터 대란 현상이 시작됐다"며 "지난해 6월부터 이번 여름까지 1년간 유럽 전역에서 우유 생산은 급감한 반면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의 버터 수요는 증가했다"고 말했다.

칼브릭스나 다른 분석가들의 진단은 이렇다.

2015년 EU의 우유 생산량 쿼터제가 철폐된 가운데 지난해 여름 이후 사료 수확물 감소와 나쁜 기상 조건으로 EU의 유제품 생산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버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미지가 어느 정도 희석되면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버터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버터 부족 현상을 부채질했다.

미국 맥도널드는 아예 지난해 버거에 버터를 첨가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낙농업계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버터 소비가 5%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4월 톤(t)당 2천800 달러(314만 원 상당)였던 버터 가격이 지난 9월에는 8천 달러(897만 원 상당) 가까이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에서만 유독 버터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공급자와 대형 소매상들은 매년 1차례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프랑스 국립낙농협의회(Cniel)는 보고서에서 "매장에 버터가 없다는 것은 대형 소매상들과 공급자 사이에 긴장 관계가 형성돼 있는 탓"이라고 지적했다.

소매상들은 인상된 버터를 구태여 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스테판 트라베르 프랑스 농무장관은 버터 생산자와 소매상 사이의 가격 협상 갈등이 버터 부족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엄격히 말해 공급 부족은 없다"고 강조했다.

버터를 많이 소비하는 빵집들은 버터 가격이 치솟아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버터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는 때로 빵의 소비자가격을 올린다.

전문가들은 버터 대신 마가린을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버터랑 마가린이랑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프랑스에서 빚어지고 있는 이런 버터 품귀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프랑스 정부는 전통적으로 겨울에는 버터 생산이 늘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낙농업계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소비자들이 버터 사재기에 나서면서 버터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