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성향 일부 재선의원 '홍준표 사퇴' 촉구 성명서 추진

자유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매듭지을 최고위원회의를 앞둔 다음 달 1일 각각 회동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선수(選數)로는 초·재선에 불과하지만 한국당 의원 전체 107명 가운데 초선(44명)과 재선(30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2%에 달한다.

만약 이들이 주요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다면 그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놓고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는 홍준표 대표와 친박(친박근혜)계 모두 이들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초선 의원들은 내달 1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재선 의원들은 같은 날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따로 회동할 예정이다.

이번 회동의 대외적인 명분은 국정감사에 대한 소회 및 정치적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이다.

그러나 이들 모임 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당내 최대 이슈인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 출당 문제가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초·재선 중에서도 재선 의원들의 목소리에 눈길이 더 쏠리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허리'격이었던 3선 의원들이 대거 바른정당으로 넘어가면서 재선 의원들은 주요 당직을 고루 맡으며 사실상 당의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선 가운데 상당수가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는 데다 김태흠 최고위원을 비롯해 김진태·박대출·이장우·이완영 의원 등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낼 만한 주요 '스피커'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재선 의원들 사이에서 현 지도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경우 홍 대표한테는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3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자리에서 '홍 대표도 잘못했고, 서청원·최경환도 잘못했다'는 양비론이 나오면 이미 상처를 입을 대로 입은 서청원·최경환 의원보다는 현재 권력인 홍 대표가 정치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통화에서 "홍 대표에 대해 '이 방법 말고 더 좋은 방안은 없었던 것이냐'라는 부정적 기류가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 "일각에선 홍 대표와 서청원, 최경환 의원이 모두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여기서 방점은 홍 대표에게 찍혀 있다"고 전했다.

이미 친박 성향의 재선 10여명은 지난 29일 만찬을 갖고 공감대를 확인했으며, 1일 회동 직후 홍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만찬에 참석했던 한 재선 의원은 당 혁신위원회에 대해서도 "혁신위는 홍 대표의 홍위병"이라며 "홍 대표가 홍위병을 시켜 저런 짓을 하는 것 자체가 사당화를 한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초·재선 내일 회동… '洪에 힘될까 부담될까'
초선들도 기본적으로는 상당수가 친박성향으로 분류됐다.

통상 비례대표 의원들은 자신에게 공천을 준 진영에 친화적일 수밖에 없고, 또 지역구를 지닌 초선 의원들의 경우도 상당수가 대구·경북(TK)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친박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초선 의원 규모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초선 회동에서는 홍 대표나 서·최 의원 중 특정 한쪽에 무게를 실어주기보다 원론적 수준의 입장이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초선들의 기류를 보면 의견이 거의 반반으로 갈려 한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아무래도 '지도부는 지금의 당내 분열을 신속히 수습해야 한다'는 수준의 원론적 입장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