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규제프리존법)’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자 이런저런 절충안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무슨 흥정을 벌이듯 주고받기나 끼워넣기를 한 탓에 법안이 누더기로 전락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규제프리존법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제안했다는 중재안만 해도 그렇다. 야당 시절 규제프리존법에 반대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됐음에도 여전히 거부하는 생명·환경·개인정보 등의 규제완화를 보완하자는 게 골자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유전자 재조합 및 세포배양 의약품을 만드는 제조업이 약사법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는 조항을 빼는가 하면,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가능 범위를 확대하는 조항 등도 삭제하는 식이다. 말이 보완이지 사실상 핵심 조항을 다 빼는 것으로 ‘규제프리존’이란 명칭을 붙이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생명·환경·개인정보 규제를 그대로 두고 신산업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중재나 절충, 타협이라는 이름하에 있으나마나 한 법으로 흘러가는 건 규제프리존법만이 아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민주당이 야당 시절부터 보건·의료산업을 대상에서 제외하라며 반대해 온 법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가장 유망한 게 보건·의료산업인데 이것 빼고 저것 빼고 하면 법이 통과된들 경제에 무슨 활력을 줄 수 있겠나. 기획재정부가 서비스산업 담당 조직을 만들고 서비스산업발전계획이라며 정책을 잔뜩 쏟아내는 것으로 끝날, 그런 법이라면 오히려 서비스산업계를 성가시게 할 뿐이다.

노동개혁법안은 정치권의 야합으로 아예 산으로 가버렸다. 처음에 5개로 구성됐던 노동개혁법안이 그나마 기업이 기대했던 파견제법, 기간제법이 빠지면서 노동3법 등으로 전락해 간 과정이 이를 말해준다. 정치권이 ‘노동개혁’이 아니라 ‘노동개악’을 만들어낸 꼴이니 이럴 바엔 차라리 법이 없는 게 낫다는 개탄이 쏟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법이 한둘이 아니다. 타협·절충 법안이라는 정치셈법에 언제까지 경제가 멍들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