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과거 인권침해 반성하고 개혁"… 외부인사로 혁신위 구성
혁신위원장에 하태훈 고려대 교수…독립성·책임성 강화와 조직혁신 중점 논의
위원 15명 중 외부위원 12명…인권단체 관계자 대거 참여

국가인권위원회가 과거를 성찰하고 혁신하겠다며 외부인사가 대거 참여하는 혁신위원회를 꾸렸다.

인권위는 30일 오전 서울 저동 인권위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국가인권위원회 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고 발표했다.

혁신위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인권위의 과거 성찰과 미래 혁신과제를 발굴해 인권위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자문기구 역할을 하게 된다.

혁신위는 이날 오전 첫 공식 회의를 열어 '독립성 및 책임성 강화 소위원회'와 '조직혁신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인권위가 과거에 자행한 인권침해와 그간 국가의 인권침해에 대해 미온적으로 반응했던 사안 등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게 된다.

인권위는 2010년 12월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이 인권위 청사 점거농성을 벌이자 전기와 난방을 차단해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고,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눈치를 보거나 늑장 대응을 한다는 인권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혁신위는 이 밖에도 ▲ 독립성 강화와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 운영 투명성·책임성 강화 ▲ 조사·정책권고 업무의 적시성·적절성·효과성 확보 ▲ 인권위 관료화 극복과 조직문화 개선 ▲ 시민사회와의 실질적 교류와 인권현안 개입력 확대 ▲ 인권위 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소위원회별로 논의할 방침이다.

논의 결과는 최종보고서로 제출하지만, 시급한 사안이나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권고안이 마련되는 대로 인권위에 제안한다.

혁신위는 외부위원 12명과 인권위 사무총장 등 내부위원 3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가 맡았다.

외부위원으로는 박래군 인권재단사람 소장, 명숙 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 집행위원장 등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 등 학계, 송영숙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등 법조계 인사 등이 위촉됐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과 정영선 전북대 교수 등 과거 인권위에 몸담았던 이들도 참여했다.

인권위는 이번 혁신위가 인권위법에 따라 전원위원회 의결을 거쳐 설치된 자문기구로 법적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성호 인권위원장은 "그간 인권위에 여러 질책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인권위가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위원장으로서 혁신위의 제안을 최대한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태훈 인권위 혁신위원장은 "인권위가 그사이 독립성·구성 등과 관련해 여러 반성할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을 저희가 차근차근 논의해서 자문기구 형식이지만 자문을 넘어서서 여러 이슈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특히 "인권위는 대통령의 인권기구가 아니라 국가·국민의 인권기구라는 생각으로 혁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정보원 등과 마찬가지로 '적폐' 관련 인적 청산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목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