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정부가 내년부터 자국 출신 국외 거주자들에 대한 출입국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29일(현지시간) 국영 뉴스통신 프렌사 라티나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쿠바 정부는 전날 200만 명에 달하는 국외 거주자의 출입국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 이민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쿠바 정부는 우선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 출신 이민자들에게 자유로운 재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쿠바 출신 해외 거주자가 쿠바에 입국하려면 신원을 증명하기 위해 2년마다 갱신돼야 하는 스티커를 여권에 부착해야 했지만, 내년부터는 스티커가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정부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난민선 등을 타고 불법 출국한 이민자들의 입국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쿠바에 있는 미국 해군기지인 관타나모 수용소를 거쳐 출국한 이들은 예외다.

해외 거주 이민자들이 항공기 외에 유람선 등을 타고 출입국 할 수 있도록 쿠바의 주요 항구 2곳도 개방키로 했고 자국 출신 이주자들이 해외에서 낳은 모든 자녀에게 쿠바 국적을 부여하기로 했다.

쿠바 정부는 "이번 조치는 정부가 계속해서 이민자들과의 연결 고리를 더 깊게 가져가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앞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교부 장관은 전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쿠바 이민자 모임에서 새 이민정책을 공개했다.

쿠바 정부의 새 이민정책은 주로 미국에 사는 자국 이민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쿠바 주재 자국 대사관 직원들이 앓는 괴질환을 이유로 아바나 대사관에서 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하고 워싱턴에 있는 쿠바 외교관들을 추방하는 등 양국 관계가 급랭하는 가운데 취해졌다.

미국은 괴질환의 원인을 음파 공격 탓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쿠바는 양국 관계 악화를 노리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쿠바는 지난 2013년 여권을 가진 국민이면 누구나 정부 허가증과 외국으로부터 받은 초청장 없이도 출국할 수 있도록 해외여행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