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배달앱 강자 '동맹'
AI 스피커로 음식주문
음식 배달에 AI 기술 활용
네이버 보유 빅데이터로
배달앱 서비스도 개선
네이버, 카카오 견제 포석
배달의민족은 앱 1위 굳혀
네이버가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동맹군으로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시장 1위 업체 우아한형제들을 택하면서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네이버는 자체 인공지능(AI) 스피커의 ‘킬러 콘텐츠’로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을 활용해 카카오가 앞서 있는 O2O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네이버와 손잡고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배달앱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한다는 목표다. 배달앱은 물론 ‘푸드테크(음식+정보통신기술)’ 시장 전체를 재편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AI 분야에서 협력 강화
배달앱을 포함한 국내 O2O 시장은 급성장하는 추세다. 음식주문, 쇼핑, 숙소 및 택시 예약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이 가운데 배달시장은 1~2인 가구 증가와 배달 문화가 발달한 한국의 특성이 가미되면서 O2O 서비스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분야로 꼽힌다.
우아한형제들은 2010년 음식 배달 전단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창업 7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올해 추정치)을 기록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경쟁도 치열하다. 요기요·배달통을 서비스하는 알지피코리아가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데다 최근 카카오(카카오톡 주문하기), 우버(우버이츠) 등 대기업들도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아한형제들이 네이버와 전격 손잡은 이유다. 두 회사는 올해 음식 주문 플랫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푸드테크에 167억원을 공동 투자했다. 지난 4월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가 우아한형제들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등 ‘밀월 관계’를 구축했다.
두 회사는 우선 AI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올해 3월 AI 플랫폼 ‘클로바’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 스마트 스피커 ‘웨이브’와 ‘프렌즈’ 판매에 나섰다. 현재는 활용 범위가 음악 듣기, 일정 관리 등에 그치지만 배달의민족을 통한 음식 주문 기능이 추가되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네이버는 웨이브를 내놓으면서 “배달음식 주문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초 AI 프로젝트 ‘배민 데이빗’을 시작했다. 네이버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배달앱 서비스 품질을 높일 전망이다.
국내 O2O 시장의 최강자인 카카오 역시 AI 플랫폼 ‘카카오 아이(I)’를 이용해 배달음식 주문 기능을 선보일 계획이지만 국내 1위 배달앱인 배달의민족과 손잡은 네이버의 파급력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김봉진 대표, 사회환원 자금 마련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업계 추산 연 15조원이다. 이 중 배달앱을 통한 주문이 3조~4조원 정도로 파악된다. 배달앱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서비스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도 △배민라이더스(외식배달) △배민찬(반찬 새벽배송) △배민쿡(레시피·쿠킹박스) 등을 운영하며 푸드테크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848억원을 내며 전년 대비 71% 성장했다.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2015년 8월 중소 상인들에게 과도한 수수료로 부담을 준다는 비판 여론이 일면서 주문 수수료(약 6.5%)를 없앤 뒤 거둔 성과여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수수료 대신 돈을 낸 가맹점을 화면 상단에 노출해주는 광고 등으로 수익 문제를 해결했다. 올해도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두텁다. 앞서 골드만삭스(400억원), 힐하우스캐피털그룹(570억원) 등으로부터 잇따라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배경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제로’ 선언을 한 뒤에도 회사 경영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며 “자영업자와의 상생을 위해 수수료 모델을 포기한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지난 27일 개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3년간 1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개인 지분을 일부 처분해 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훈/이승우/이동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