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산품 중 가장 앞선 분야가 화장품
‘선물 정치’의 도구로 적극 활용 의도도
北 화장품 기술은 한국보다 30~40년 뒤처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 공장은 연건축면적 2만9200㎡에 281종, 1122대의 새로운 설비를 설치했다. 김정은은 “이 성과 속에는 해당 단위의 공장, 기업소들이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자급, 자족하도록 정책적 지도를 잘하고 있는 경공업부문 지도일꾼의 투쟁기풍과 투쟁 본때가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또 “화장품은 질이 좋아야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용기의 모양과 상표, 포장곽이 눈에 확 안겨오면서도 구매자들의 이용에 편리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 만큼 좋은 도안들을 창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정은과 동행한 인사들은 부인 리설주, 여동생이자 북한 수뇌부 핵심 실세인 김여정, 안정수 경공업 담당 당 부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이었다. 하나같이 김정은의 최측근들이다. 그만큼 화장품에 대한 김정은의 애정이 남다르다는 의미다.
북한 화장품에 대해 분석한 최신 자료도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가 채수란 남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가영 남북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 공저한 ‘북한 여성과 코스메틱(한울아카데미)’이다. 지난 6월말 출간된 이 책은 저자들이 북한 화장품 64개 품목을 직접 구해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기술연구소에 전성분 검사를 의뢰한 후 나온 자료들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북한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자체 브랜드는 신의주화장품공장에서 만드는 ‘봄향기’다. 이 브랜드는 북한에서 신혼부부의 예물로도 각광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최고가 브랜드 ‘금강산’은 북한에서 뇌물 1순위로 꼽힌다. 평양화장품공장의 브랜드 ‘은하수’는 최근 김정은 정권에서 수출용으로 밀고 있다.
남성욱 교수는 “북한 화장품의 품질과 제조기술은 한국 화장품의 1970~1980년대 수준”이라며 “그래도 그나마 핵과 미사일 기술을 제외하곤 가장 앞서 있는 공산품이 화장품 분야”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김정은이 화장품 산업을 적극 육성하려고 하는 것은 자체 경제 발전 방안을 찾고자 함도 있지만 ‘선물 정치’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핵을 개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들 정도의 기술을 가진 북한이 화장품 용기 펌프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화장품의 품질도 여전히 뒤떨어져 있다는 사실은 선군정치의 후유증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