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노동계 대표들과의 24일 회동에 앞서 장소는 물론 형식, 만찬 메뉴 선택까지 각별한 신경을 썼다. 지난 7월 기업인과의 회동이 ‘소통’ 목적이었다면 이날 노동계와의 만남엔 ‘대접’에 비중을 뒀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행사는 노총 지도부와의 사전환담, 전체 노동계 대표들과의 만찬 등 1, 2부로 나뉘어 열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1, 2부로 나눠 여는 것은 주요 노동계 현안을 듣고 노동계 지도부를 예우하고자 하는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상춘재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회동과 달리 이날 환담 및 만찬 장소는 청와대 본관이었다. 외빈 접견에 주로 활용되는 상춘재가 허물없는 대화 장소로 적합하다면, 본관은 상대적으로 격식이 중시된다.

청와대는 노동계 대표와의 1부 환담에서 ‘평창의 고요한 아침’이란 홍차를 내놓고 ‘티타임’을 마련했다. 기업인과의 회동에선 사전 ‘호프 타임’이 열렸다. 호프타임이 재계와의 격의 없는 대화 의지를 담았다면 이날 티타임엔 문 대통령이 노동계를 접대하겠다는 의중이 강조된 것으로 풀이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고자 평창의 수국과 동서양의 허브 꿀을 섞어 만든 차로, 청와대는 노사의 갈등과 반목을 없애고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자는 뜻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VIP가 오면 선물용으로 주려고 만들었는데 저도 오늘 처음 맛봤다”고 말했다.

만찬 메뉴도 달랐다. 노동계와의 만찬 메뉴는 가을 보양식인 추어탕과 콩나물밥이었다. 청와대는 서울 청계천에서 80여 년 역사를 이어온 ‘용금옥’이란 곳에서 추어탕을 공수했다. 청계천은 전태일 열사가 일한 곳으로 노동계의 상징이다. 함께 곁들여 나온 콩나물밥 역시 전태일 열사가 즐겨 먹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인과의 만찬 때는 화합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비빔밥을 준비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건배사를 제안받고 “노동자가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하고 노총이 발전해야 대통령도 발전한다”며 ‘노발’을 선창해 다른 참석자들이 ‘대발’을 외치게 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