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관세 보복에도 국내 철강업체들의 대미(對美) 강관 수출은 급증하고 있다. 미국 경기가 살아나는 데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 등 추가 규제를 앞두고 미국 현지 기업이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24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미국으로 수출한 강관은 총 160만2420t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72만9240t)보다 120% 늘어난 것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출량(117만7177t)을 넘어섰다. 협회 관계자는 “올 9월까지 국내업체의 세계 강관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0만t가량 증가했다”며 “미국의 강관 호황이 전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셰일가스 개발 확대 정책으로 미국 유정용 강관 시장은 전례 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일부 수요처에서는 한국산 강관을 싸게 구입할 수 있을 때 물량을 확보하려는 ‘사재기’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수요 증가에 맞춰 판매량을 늘려야 할지,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물량 조절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 업체 대표는 “수출이 늘고 있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고심하는 이유는 미국 정부의 보복 관세 때문이다. 이달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최대 46%에 이르는 반덤핑 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내렸다. 미국 수출이 가장 많은 넥스틸은 46.37%의 관세 폭탄을 맞았다. 올해 초 1차 연례재심에서 부과된 관세율(24.92%)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최종 판정은 내년 4월께 내려질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넥스틸과 같은 고(高)관세 대상이 될까 우려한 일부 업체는 물량 조절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가장 수출량이 많은 업체를 대상으로 심사하기 때문에 업체들이 과도한 물량 확대를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