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가 정보기술(IT) 기업 투자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PIF가 새로운 투자처 발굴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24일부터 열리는 투자 콘퍼런스에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그룹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등 거물급 인사가 대거 참석해 PIF 투자전략 등을 논의한다. 참석자들은 이 콘퍼런스를 ‘사막의 다보스’라고 부른다고 WSJ는 전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자는 2015년 PIF의 투자전략을 바꾸고, 사우디 경제의 석유산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 등 IT기업에 투자했다. 살만 왕자는 지난해 경제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개혁안 ‘비전 2030’을 내놓기도 했다. 아람코 IPO도 비전 2030의 핵심정책 중 하나다.

PIF는 빈살만 왕자가 이날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초대형 주거·사업용 신도시 ‘네옴’ 건설 계획에도 투자한다. 사우디와 이집트, 요르단 접경 지역에 서울의 44배 넓이(2만6500㎢)로 조성된다. 이 프로젝트엔 5000억달러(약 564조원)가 투자되며,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혁신경제로 채워질 전망이다.

현재 PIF 자산 규모는 3000억달러(약 338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IT기업에 투자한 금액만 500억달러로 집계된다. 사우디 정부가 아람코 IPO에 성공하면 PIF 자산 규모가 세계 최대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약 9540억달러)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PIF는 리스크가 큰 IT산업에 투자한 경험이 적다 보니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PIF가 지난해 35억달러를 우버에 투자한 것은 여러모로 악수를 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버는 최근 사내 성희롱 파문과 트래비스 캘러닉 최고경영자(CEO)의 사퇴 등을 겪으면서 기업 가치가 하락했다. PIF 투자를 받은 우버가 사우디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저가 정책을 쓰면서 ‘사우디의 우버’로 불리는 차량 공유 앱(응용프로그램) 카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PIF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눈닷컴(Noon.com)에도 5억달러를 투자했지만 아직 서비스 출시조차 못하고 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