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고수익 내는 한국형 헤지펀드… '그들만의 숨은 묘수'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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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국내 주식형·채권형 공모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5조원이 넘는다. 공모펀드 수익률이 수년 동안 코스피지수에 못 미치는 수익을 내면서다.
실망한 개인투자자는 대거 펀드 환매로 대응했다. 같은 기간 ‘강남 사모님’으로 불리는 고액 자산가의 움직임은 달랐다. 올 들어서만 한국형 헤지펀드에 6조원 가까운 돈을 넣었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헤지펀드가 활기를 띠는 이유 중 하나로 공모펀드 시장에서 활약하던 스타 펀드매니저들이 헤지펀드로 자리를 옮긴 점을 꼽는다. 기온창 하나금융투자 프로덕트솔루션실 상무는 “수익의 10% 안팎을 성과 보수로 받고, 적은 자본금으로도 창업이 가능해지면서 주식 고수들이 헤지펀드 시장에 몰리고 있다”며 “이른바 ‘선수’가 들어오고 이들을 따라 뭉칫돈이 유입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잘나가는’ 헤지펀드 고수들은 어떤 기준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일까. 안정적인 자산운용사를 박차고 나와 헤지펀드운용사를 세운 펀드매니저들에게 투자 노하우를 들어봤다.
(1) 1등주에 투자하라
최광욱 제이앤제이자산운용 대표는 과거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대표하는 스타 펀드매니저였다. 이 회사 펀드는 20~30% 안팎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최 대표는 주식을 고를 때 영업이익 등 재무 정보보다는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평가한다. 기업의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가능한지, 중국 등 일부 국가에 매출이 쏠려 있지는 않은지 등이 고려 대상이다. SK하이닉스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대표적인 예다. 경기 상황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큰 업종이란 이유로 투자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 치킨게임 끝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 개 기업의 글로벌 과점 체제가 형성되자 적극적인 투자로 돌변했다.
(2) ‘프리 캐시플로’에 주목
박지홍 GVA자산운용 대표는 안다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팀장 시절 ‘안다크루즈’ 펀드를 출시 3년 만에 26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헤지펀드로 키운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주식과 메자닌 투자에 강점이 있다. 그는 기업이 매년 손에 쥐는 현금을 중요하게 본다. 현금 흐름을 판단하는 대표 지표인 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EBITDA)에서 투자 비용을 제외한 이른바 ‘프리 캐시플로’에 집중한다. 연 10% 수익을 목표로 한 기업에 투자할 경우를 가정해 보자.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다. 박 대표는 기본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익/자기자본) 지표에서 ‘순이익’ 대신 ‘프리 캐시플로’ 개념을 대입한다. 이 비율이 10% 이상이면 투자한다.
홈쇼핑이나 게임개발 업체처럼 현금이 꾸준히 쌓여 영업이익과 현금 흐름이 일치하는 기업들이 주가 상승 여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3) ‘롱쇼트 전략’ 수익 짭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출신인 장동원 유경PSG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장은 고평가 주식을 팔고(쇼트) 저평가 주식을 사는(롱) ‘롱쇼트 전략’을 활용해 매달 0.5~1% 안팎의 꾸준한 수익을 내는 매니저로 유명하다.
가치 투자자인 장 본부장 역시 기업 현금 흐름을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현금 흐름을 확인하는 지표는 박 대표와 다르다. 그는 시가총액 대비 순현금 비율에 방점을 찍는다. 그동안 쌓아둔 현금이 회사의 안정성을 증명할 뿐만 아니라 향후 투자나 배당을 늘릴 기반이 된다는 설명이다. LG그룹의 광고 물량을 꾸준히 따온 지투알(옛 LG애드)이 대표적이다.
(4) 시장 주도 성장주 발굴
트리니티자산운용은 헤지펀드업계의 떠오르는 신흥 강자다. ‘트리니티 멀티스트레티지 1호’는 올 들어 60%가 넘는 수익률을 내고 있다.
트리니티자산운용의 제1 투자 원칙은 ‘주도 업종에 집중 투자한다’이다. 과거 경험을 봤을 때 상승장에서는 물론 횡보장에서도 주도 업종 투자는 시장 평균 수익률을 넘어서는 성과로 이어졌다는 이유에서다. 한병기 트리니티 자산운용 대표는 “몇 년 전 상승장에서 약 4년간 150% 이상 오른 제약과 바이오가 대표적”이라며 “지금은 주도 업종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주로 옮겨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5) 베트남 고배당주 유망
피데스자산운용은 국내 유일의 베트남 투자 전문 자산운용사다. 10년 전인 2007년 베트남 호찌민에 사무소를 열었다. 피데스자산운용은 베트남 주식을 고를 때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이 높고 △성장성이 높은 업종에 속해 있으면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을 고른다. 배당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는 6~7%는 돼야 한다. 한국의 평균 배당 수익률은 1.8% 안팎이다. 송상종 피데스자산운용 대표는 “베트남은 이미 많이 성장한 음식료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내수소비재와 철강 등 인프라 관련 산업의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헤지펀드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연 5~10%의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한 종류다. 금융당국 허가를 받은 자산운용사, 증권회사 등이 운용한다. 투자금은 1억원 이상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실망한 개인투자자는 대거 펀드 환매로 대응했다. 같은 기간 ‘강남 사모님’으로 불리는 고액 자산가의 움직임은 달랐다. 올 들어서만 한국형 헤지펀드에 6조원 가까운 돈을 넣었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헤지펀드가 활기를 띠는 이유 중 하나로 공모펀드 시장에서 활약하던 스타 펀드매니저들이 헤지펀드로 자리를 옮긴 점을 꼽는다. 기온창 하나금융투자 프로덕트솔루션실 상무는 “수익의 10% 안팎을 성과 보수로 받고, 적은 자본금으로도 창업이 가능해지면서 주식 고수들이 헤지펀드 시장에 몰리고 있다”며 “이른바 ‘선수’가 들어오고 이들을 따라 뭉칫돈이 유입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잘나가는’ 헤지펀드 고수들은 어떤 기준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일까. 안정적인 자산운용사를 박차고 나와 헤지펀드운용사를 세운 펀드매니저들에게 투자 노하우를 들어봤다.
(1) 1등주에 투자하라
최광욱 제이앤제이자산운용 대표는 과거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대표하는 스타 펀드매니저였다. 이 회사 펀드는 20~30% 안팎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최 대표는 주식을 고를 때 영업이익 등 재무 정보보다는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평가한다. 기업의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가능한지, 중국 등 일부 국가에 매출이 쏠려 있지는 않은지 등이 고려 대상이다. SK하이닉스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대표적인 예다. 경기 상황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큰 업종이란 이유로 투자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 치킨게임 끝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 개 기업의 글로벌 과점 체제가 형성되자 적극적인 투자로 돌변했다.
(2) ‘프리 캐시플로’에 주목
박지홍 GVA자산운용 대표는 안다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팀장 시절 ‘안다크루즈’ 펀드를 출시 3년 만에 26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헤지펀드로 키운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주식과 메자닌 투자에 강점이 있다. 그는 기업이 매년 손에 쥐는 현금을 중요하게 본다. 현금 흐름을 판단하는 대표 지표인 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EBITDA)에서 투자 비용을 제외한 이른바 ‘프리 캐시플로’에 집중한다. 연 10% 수익을 목표로 한 기업에 투자할 경우를 가정해 보자.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다. 박 대표는 기본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익/자기자본) 지표에서 ‘순이익’ 대신 ‘프리 캐시플로’ 개념을 대입한다. 이 비율이 10% 이상이면 투자한다.
홈쇼핑이나 게임개발 업체처럼 현금이 꾸준히 쌓여 영업이익과 현금 흐름이 일치하는 기업들이 주가 상승 여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3) ‘롱쇼트 전략’ 수익 짭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출신인 장동원 유경PSG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장은 고평가 주식을 팔고(쇼트) 저평가 주식을 사는(롱) ‘롱쇼트 전략’을 활용해 매달 0.5~1% 안팎의 꾸준한 수익을 내는 매니저로 유명하다.
가치 투자자인 장 본부장 역시 기업 현금 흐름을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현금 흐름을 확인하는 지표는 박 대표와 다르다. 그는 시가총액 대비 순현금 비율에 방점을 찍는다. 그동안 쌓아둔 현금이 회사의 안정성을 증명할 뿐만 아니라 향후 투자나 배당을 늘릴 기반이 된다는 설명이다. LG그룹의 광고 물량을 꾸준히 따온 지투알(옛 LG애드)이 대표적이다.
(4) 시장 주도 성장주 발굴
트리니티자산운용은 헤지펀드업계의 떠오르는 신흥 강자다. ‘트리니티 멀티스트레티지 1호’는 올 들어 60%가 넘는 수익률을 내고 있다.
트리니티자산운용의 제1 투자 원칙은 ‘주도 업종에 집중 투자한다’이다. 과거 경험을 봤을 때 상승장에서는 물론 횡보장에서도 주도 업종 투자는 시장 평균 수익률을 넘어서는 성과로 이어졌다는 이유에서다. 한병기 트리니티 자산운용 대표는 “몇 년 전 상승장에서 약 4년간 150% 이상 오른 제약과 바이오가 대표적”이라며 “지금은 주도 업종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주로 옮겨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5) 베트남 고배당주 유망
피데스자산운용은 국내 유일의 베트남 투자 전문 자산운용사다. 10년 전인 2007년 베트남 호찌민에 사무소를 열었다. 피데스자산운용은 베트남 주식을 고를 때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이 높고 △성장성이 높은 업종에 속해 있으면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을 고른다. 배당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는 6~7%는 돼야 한다. 한국의 평균 배당 수익률은 1.8% 안팎이다. 송상종 피데스자산운용 대표는 “베트남은 이미 많이 성장한 음식료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내수소비재와 철강 등 인프라 관련 산업의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헤지펀드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연 5~10%의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한 종류다. 금융당국 허가를 받은 자산운용사, 증권회사 등이 운용한다. 투자금은 1억원 이상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