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사진)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 징계에 당사자들이 강력 반발하면서다. 홍 대표와 친박 간 대결이 마주보고 달리는 ‘치킨 게임’으로 흐르면서 최소한 어느 한쪽은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 대표는 23일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최 의원에 대해 “6년 동안 박 전 대통령 뒤에서 호가호위했던 사람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 대표는 “탄핵 때는 숨어 있다가 자신의 문제가 걸리니 이제야 나와서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비겁하다”며 “6년 동안 이 당을 농단한 사람들인데 쉽게 물러나겠나”고 말했다.

첫 번째 승부처는 이달 말 열릴 최고위원회의다. 이날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 미국으로 간 홍 대표는 28일 귀국 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박 전 대통령 제명안을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당 당규는 탈당 권유를 받은 당원이 열흘 안에 탈당 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제명토록 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 권유 결정은 지난 20일 나왔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 제명을 논의하는 최고위원회의는 이르면 30일 열릴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 제명안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계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철우·이종혁 최고위원은 홍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분류되지만, 김태흠·이재만 최고위원은 친박 성향이다. 정우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원회 의장, 류여해·이재영 최고위원은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약하다.

서·최 의원에 대한 제명은 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역 의원을 출당시키려면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당 의원 107명 중 72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한국당 의원 상당수는 친박계가 아니더라도 서·최 의원과 인간적인 교분이 있어 72명 이상의 찬성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또는 서·최 의원 제명안이 부결될 경우 홍 대표의 리더십은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