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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태의 '경영과 기술'] 초연결은 물리적 공간으로 확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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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어떤 초연결인가

    이병태 < KAIST 경영대 교수 >
    [이병태의 '경영과 기술'] 초연결은 물리적 공간으로 확산될까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얘기하면서 초(超)연결 사회가 된다는 것에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초연결 사회는 디지털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늘 예고된 현상이다.

    우리는 연결성의 확대로부터 오는 유용함을 이미 경험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시장의 강자 오티스는 자신들이 관리하는 엘리베이터에 각종 센서를 달아 위성을 통해 엘리베이터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조금이라도 정상상태를 벗어난 징후가 감지되면 서비스 사원을 보내 점검과 튜닝을 해 고장 없는 안전한 엘리베이터를 실현함으로써 이 시장의 강자 자리를 지켜왔다. 이는 이전에는 불가능하던 원격 데이터 수집 능력을 확보해 경쟁력의 자산으로 활용한 사례에 속한다. 고지스마트출입문자물쇠(Goji Door Lock)의 경우 방문객 정보를 원격지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고 집주인이 집 문의 개폐를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더 안전한 집을 실현하고 있다.

    이런 성공사례로부터 정보기술(IT)업계는 지구상 거의 모든 사물에 인터넷을 연결하는 초연결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연결 사회를 상징하는 단어로 사물인터넷(IoT) 또는 만물인터넷(IoE)이 유행이고, 지구 또는 우주에 존재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물을 연결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주장이다.

    30년 전에 나온 초연결 발상

    [이병태의 '경영과 기술'] 초연결은 물리적 공간으로 확산될까
    이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00년 초에 초연결 사회의 도래를 예고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컴퓨터의 계산 능력과 데이터망이 모든 공간에 공기처럼 스며 있는 초연결 공간에 살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기계는 물론 우리가 존재하는 모든 공간이 이런 초연결 컴퓨터의 지능으로 채워지는 세상이 목전에 있는 것처럼 회자됐다. 이 개념은 1988년께 미국 팰로앨토의 제록스연구소에 근무하던 과학자 마크 와이저가 제안한 것이니 무려 30년 전의 일이다.

    이후 이 개념은 O2O(online to offline·온오프라인 연계)로 바뀌어 부활했다.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데이터를 오프라인에도 즉시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초연결 사회의 모습을 그린다는 점에서 동일했다. 2013년 애플에 의해 도입된 비컨기술(Beacon Technology)이 O2O의 실현을 약속하는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역시 잠시 유행했을 뿐이다.

    그런데 IoT의 유행을 틈타 온라인과 오프라인(실공간)을 완벽하게 연결한다는 개념은 단어만 바꿔 다시 유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얘기에서 등장하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cyber-physical space 또는 system)이 그것이다. 앞서 유행하던 말들처럼 사이버 공간에서 정보의 즉시성을 실공간에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약속은 정말 실현될 것인가. 그렇다면 왜 지난 30년간 IT업계의 예상은 빗나가고 있는가. 실공간과 가상공간을 연결한다는 개념에는 두 가지 함정이 있다. 첫 번째는 경제성의 문제다. (표)에서 보듯 두 공간의 경제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 마크 저커버그가 세상에 없던 페이스북이란 가상공간을 만들었다. 그 공간에는 지구상 모든 사람이 들어와도 문제가 없지만 물리적 공간은 수용 인원이 지극히 제한적이다. 가상공간은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처럼 공간을 개발한 개척자에게 소유권이 인정되는 무주공산을 개발하는 것이지만 지구상의 물리적 공간은 이미 소유주가 있어서 개발이익을 개발자가 독점하기는커녕 부동산 주인이 가져갈 공산이 크다. 이 공간을 만드는데 가상공간은 물리적 자산이라고 해봐야 서버에 대한 투자지만 실공간에 초연결을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산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성공한 가상공간은 사용자가 늘수록 수익성이 느는 수익체증 법칙이 작용하지만 물리적 공간에서는 반대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 앱이 매개할 것

    이런 이유로 지금 진행되는 IoT 사례의 대부분이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앱으로 물리적 공간에 가까이 간 사람에게 의존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그것은 스마트폰이 초연결을 만들어주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인프라를 실공간에 심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두 번째 이유는 이 기술이 갖는 서비스 형태가 지나치게 소비자에게 강요하는 푸시(push)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컨기술이 약속한 바는 상점 앞을 지나가는 고객들에게 마케팅 메시지를 보내 가게 안으로 유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강요에 기반한 마케팅 전략은 잘 먹히지 않는다. 어떤 소비자도 자신의 선택의 자유를 놓고 싶어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환경하에서 스스로 선택을 추구한다. 이런 경제적 이유 때문에 초연결이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기계에 국한돼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은 유비쿼터스가 되든 CPS가 되든 변함이 없다.

    이병태 < KAIST 경영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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