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은 지난 20~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핵 비확산회의’에서 ‘6자 회담 재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참석자의 질문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각국의 제안은 환영하지만 조선(북한)을 압살하고 붕괴시키려고 시도하는 나라는 미국이라 미국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때까지 6자 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한국 측 토론자로 참석한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가 “북한이 계속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얘기하는데 지난 10년간 한·미가 공격한 적이 없고, 대북 제재도 북한 도발에 대응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고 반론을 제기하자 “적대 정책이 왜 없느냐. 매일 신문을 보면 아는데 뭐가 더 필요하느냐”며 발끈하기도 했다.
최 국장은 앞서 열린 ‘동북아 안보’ 세션에서 “미국이 핵을 가진 조선과 공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한 조선의 핵무기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조선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를 위협하지 않는 한 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무기는 지속적인 미국의 대조선 핵 위협으로부터 조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과의 힘의 균형에 거의 도달했으며 우리의 최종 목적은 미국이 조선에 어떤 군사행동에 관해서도 얘기하지 못하도록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모스크바 회의에서 남북한과 미국 등의 전·현직 관료가 참석해 남북한 또는 북·미 당국자 간 접촉이 기대됐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최 국장은 회의장과 만찬장 등에서 한국 측 이상화 북핵외교기획단장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넸을 뿐 더 이상의 대화에는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아직 북한이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북한의 핵 협상 불가 입장에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우리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1일 보도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