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재팬’ ‘품질 일본’ 등의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도시바, 후지제록스 등의 회계부정에 이어 다카타, 미쓰비시자동차, 닛산자동차, 고베제강 등 일본 제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에서 제품의 품질 부정과 관련한 스캔들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들이 “기업에서 조직적으로 자행되는 ‘곰팡이형 부정’으로 인해 일본 제조업이 썩어 무너지고 있다”고 개탄하는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고베제강 사건은 그 파장이 전 세계로 번질 조짐이다. 자동차, 철도, 비행기 등에서 고베제강 부품을 사용해온 글로벌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 법무부는 고베제강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유럽연합(EU) 산하 유럽항공안전기구(EASA)는 관련 기업에 고베제강 제품 사용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외신들 또한 “일본 제조업 품질에 의구심이 든다”며 일제히 주시하는 분위기다.

신화가 흔들리는 것은 일본 제조업만이 아니다. 배출가스 조작 등 이른바 디젤게이트로 독일 차 품질에 대한 환상을 일거에 깨버린 폭스바겐 스캔들이 일어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이 역시 개인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인 비리였다. ‘메이드 인 저머니’와 ‘품질 독일’이 동시에 금이 가는,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제조업 강국으로 불리던 일본·독일의 스캔들이 한국으로선 남의 일 같지 않다. 신흥국의 대두로 오랫동안 지켜온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오는 현실과 목표 사이의 간극 탓에 부정이 자행되고 있다는 분석에 이르면 더욱 그렇다. 일각에선 중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일본·독일을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오히려 기회는 한국에 있다고 본다. 한국은 일본·독일이 장악하고 있던 첨단 제조업의 빈자리를 메꿀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성공한다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는 동시에 제조업을 고도화할 절호의 기회다.

지금이야말로 기업과 노조, 정부가 ‘메이드 인 코리아’ ‘품질 한국’을 위해 손잡을 때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 제조업의 스마트화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글로벌 가치사슬로 보면 한국 제조업이 뻗어나갈 기회는 아직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