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블랙먼데이' 당시와 흡사한 미국 증시 흐름
정확히 30년전인 10월19일 월요일은 그 유명한 ‘블랙먼데이’입니다. 그날 다우존스 지수는 22.6% 폭락했고 S&P500 지수도 20.5% 떨어졌습니다. 단 하루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 1일 하락 기록은 아직도 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에선 현재의 증시 움직임이 블랙먼데이 직전과 매우 희한하게 닮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우존스 지수는 18일(현지시간) 사상 최초로 23000을 넘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 지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30년 전 블랙먼데이 직전에도 미 증시는 몇 년 간 급등했었습니다. 그리고는 정말 폭삭 주저앉았었습니다.

월가의 투자연구소인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수석투자전략가는 이날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17년의 S&P 500 지수의 끊없는 상승세가 1987년의 상승세와 “매우 똑같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1987년의 S&P500 지수와 2017년의 지수 모습을 비교하면 어리석을 정도로 비슷한 경로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습니다.

2009년부터 오르기 시작한 S&P500 지수는 올들어 14% 급등했습니다. 미국 투자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중인 법인세 개혁, 투자환경 개선, 기업들의 실적 호조 등에 희망을 걸고 주식에 대거 투자했습니다.

다만 그는 자세히 분석하면 현재의 시장과 30년전 증시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첫째, 올해 시장은 모든 주식이 무차별적으로 올랐던 당시와는 다릅니다. 스토발 전략가는 “당시엔 S&P 500의 하위산업 지수중 95%가 폭등한 상태였지만, 지금은 하위산업 지수 중 73%만이 올 초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이 크게 올랐지만 종목별로는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둘째, 올해 강세장은 1987년에 끝난 강세장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어왔다는 겁니다. 2009년 시작된 상승세는 현재 103개월째 진행중입니다. 하지만 블랙먼데이 당시엔 60개월 강세장이 끝났습니다. 이번 상승장이 내구성이 강하다는 얘깁니다,

셋째, 현재 이자율은 30년 전보다 훨씬 낮다고 스토발 전략가는 지적했습니다. 1987년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는 7%를 넘었습니다. 현재 기준금리는 1~1.25%입니다. 유동성이 훨씬 좋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하긴 이릅니다. 스토발 전략가는 “현재 강세장이 1987년 블랙먼데이 때와는 조금 다르지만, 역사는 이같은 비교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