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쥐들도 이해하는 '경제학 수요곡선'
노라는 스타다. 한 동영상 사이트에서 노라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영상의 클릭 횟수는 900만 회에 달한다. 노라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는 바흐다. 바흐의 곡으로 오케스트라 협연도 했다. 노라는 예술학원에서 키우는 고양이다.

독일 작가 하노 벡은 《삶이라는 동물원》에서 인간과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동물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실험실에서 쥐들이 A 단추를 한 번 누르면 맥주가, B 단추를 누르면 톰 콜린스 칵테일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실험 설계자가 A 단추를 두 번 눌러야 맥주가 흐르는 것으로 설계를 바꿨다. 쥐는 어떤 행동을 할까. 맥주 대신 톰 콜린스에 몰리기 시작했다. ‘어떤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면 그 재화의 수요는 감소한다’는 경제학의 수요곡선을 쥐는 본능적으로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경제적 행동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진화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경제학자들의 이론과 개념은 ‘추후에 휘갈겨 적은 설명서’”라고 말한다.

저자는 환각 식물을 찾아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순록,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동료를 적의 아가리에 집어넣는 담수어 등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런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를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인간이 ‘인간만의 특성’이라고 여기는 많은 것은 인류만이 가진 특권이 아니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대로 진화한 것이 지금의 인간과 동물의 모습”이라고 강조하며 “인류의 모습과 닮은 동물들 역시 윤리적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유영미 옮김, 황소자리, 332쪽, 1만4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