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한·미FTA는 한·미동맹의 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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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슈퍼하이웨이 가능케 한 한·미FTA
'폐기 시도' 막은 미국 안보라인 확실히 붙잡고
"무역수지 해법 찾자" 화답하는 게 정석
최병일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 byc@ewha.ac.kr >
'폐기 시도' 막은 미국 안보라인 확실히 붙잡고
"무역수지 해법 찾자" 화답하는 게 정석
최병일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 byc@ewha.ac.kr >
우여곡절 끝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시작된다. 한·미 FTA 효과에 대한 평가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한국 측의 주장이 ‘시간끌기’라는 판단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FTA 폐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한국 통상당국은 지난 4일 추석날 워싱턴DC에서 열린 2차 공동위원회 회의에서 개정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에 돌입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의 폐기 카드는 협상 과정 내내 보이지 않는 위협의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급증한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한·미 FTA 개정 협상이라면 개정을 통해 무역수지를 얼마나 어떻게 미국 측이 만족할 수준까지 개선할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안타깝게도 어떤 예측모형도 여기에 속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한다. 무역수지는 경제 호황 여부, 소비성향, 환율 등 거시경제 변수와 관세, 비관세 장벽, 서비스 분야 개방, 투자제한 등 무역장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2년 한·미 FTA가 발효될 때 어느 누구도 5년 후 한국이 200억달러 이상의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를 누릴지 예상하지 못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빠르게 늘어난 것은 미국 경제의 회복이 빠르게 진행된 반면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침체가 이어져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의 수입 능력이 미국의 10% 경제 규모인 한국의 수입 능력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그렇다면 한·미 FTA는 폐기해도 별 문제 없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트럼프가 폐기하겠다고 하니 우리도 당당하게 폐기할 수 있다고 맞서자는 주장도 나온다. 정말 한·미 FTA는 폐기해도 괜찮은 걸까.
한·미 FTA는 양국의 경제동맹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대선 후보 시절 “반미 좀 하면 어떻냐”고 말했고 당선 이후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동북아 균형자론’을 주장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국 정부를 미국 측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국제전략이 없었다면 미국은 처음부터 한·미 FTA 협상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 5년 내내 한·미 투자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던 한국, 더 급진적인 노무현 정부와 투자협상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범위와 심도를 가진 FTA 협상을 한다는 것은 시간낭비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회의적이던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한국은 광우병 발생으로 중단한 소고기 수입, 스크린 쿼터 축소 등 선제적인 조치로 신뢰를 얻어야 했고 캐나다, 유럽연합(EU)과 FTA 협상을 추진해 한국 수입시장을 이들이 선점할 수 있다는 위협을 미국 기업들이 느끼게 했다.
한·미 FTA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도 어려웠지만 협상을 타결로 이끄는 것은 더 어려웠다. 한국은 찬반 양론으로 갈라졌고 낙관적 전망과 비관적 전망이 선명하게 나뉘었다. 약속한 미국 소고기 수입 재개가 정치쟁점화하면서 지연되자 한·미 FTA는 결렬 위기에 봉착한다. 양국의 외교안보라인이 나섰고, 노무현-조지 W 부시 두 정상 간의 전화통화를 통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국제절차에 따라 진행하기로 합의한 뒤에야 한·미 FTA는 타결됐다. 한국의 개방 의지에 대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이란 큰 틀이 있었기에 한·미 FTA는 모든 난관을 뚫을 수 있었다.
한·미 FTA는 양국 간의 경제동맹 그 이상이다. 한·미 FTA가 추진됐기에 EU, 중국, 캐나다, 호주 등 세계 주요 국가와 FTA로 연결되는 ‘통상 슈퍼하이웨이’를 건설할 수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호주의, 민족주의 깃발이 지구촌 곳곳에 내걸리는 상황에서 만약 한국이 FTA라는 공공투자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 경제상황은 훨씬 심각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한·미 FTA 폐기 시도를 막은 것은 미국의 안보라인이다. 그들은 한·미 FTA가 한·미 동맹의 핵심임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한·미 FTA 폐기는 북핵 도발로 위기에 처한 한국의 등에 비수를 꽂는 것이고 미국의 동맹국들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중국에만 좋은 일 시킨다는 것을. 한국 정부는 그들을 확실하게 붙잡아야 한다.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수지 적자를 동맹국으로서 풀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해법을 같이 찾아보자고 화답하는 것이 그 첫걸음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서울에서 만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야 할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 만들어낸 한·미 FTA인가.
최병일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 byc@ewha.ac.kr >
급증한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한·미 FTA 개정 협상이라면 개정을 통해 무역수지를 얼마나 어떻게 미국 측이 만족할 수준까지 개선할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안타깝게도 어떤 예측모형도 여기에 속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한다. 무역수지는 경제 호황 여부, 소비성향, 환율 등 거시경제 변수와 관세, 비관세 장벽, 서비스 분야 개방, 투자제한 등 무역장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2년 한·미 FTA가 발효될 때 어느 누구도 5년 후 한국이 200억달러 이상의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를 누릴지 예상하지 못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빠르게 늘어난 것은 미국 경제의 회복이 빠르게 진행된 반면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침체가 이어져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의 수입 능력이 미국의 10% 경제 규모인 한국의 수입 능력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그렇다면 한·미 FTA는 폐기해도 별 문제 없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트럼프가 폐기하겠다고 하니 우리도 당당하게 폐기할 수 있다고 맞서자는 주장도 나온다. 정말 한·미 FTA는 폐기해도 괜찮은 걸까.
한·미 FTA는 양국의 경제동맹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대선 후보 시절 “반미 좀 하면 어떻냐”고 말했고 당선 이후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동북아 균형자론’을 주장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국 정부를 미국 측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국제전략이 없었다면 미국은 처음부터 한·미 FTA 협상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 5년 내내 한·미 투자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던 한국, 더 급진적인 노무현 정부와 투자협상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범위와 심도를 가진 FTA 협상을 한다는 것은 시간낭비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회의적이던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한국은 광우병 발생으로 중단한 소고기 수입, 스크린 쿼터 축소 등 선제적인 조치로 신뢰를 얻어야 했고 캐나다, 유럽연합(EU)과 FTA 협상을 추진해 한국 수입시장을 이들이 선점할 수 있다는 위협을 미국 기업들이 느끼게 했다.
한·미 FTA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도 어려웠지만 협상을 타결로 이끄는 것은 더 어려웠다. 한국은 찬반 양론으로 갈라졌고 낙관적 전망과 비관적 전망이 선명하게 나뉘었다. 약속한 미국 소고기 수입 재개가 정치쟁점화하면서 지연되자 한·미 FTA는 결렬 위기에 봉착한다. 양국의 외교안보라인이 나섰고, 노무현-조지 W 부시 두 정상 간의 전화통화를 통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국제절차에 따라 진행하기로 합의한 뒤에야 한·미 FTA는 타결됐다. 한국의 개방 의지에 대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이란 큰 틀이 있었기에 한·미 FTA는 모든 난관을 뚫을 수 있었다.
한·미 FTA는 양국 간의 경제동맹 그 이상이다. 한·미 FTA가 추진됐기에 EU, 중국, 캐나다, 호주 등 세계 주요 국가와 FTA로 연결되는 ‘통상 슈퍼하이웨이’를 건설할 수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호주의, 민족주의 깃발이 지구촌 곳곳에 내걸리는 상황에서 만약 한국이 FTA라는 공공투자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 경제상황은 훨씬 심각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한·미 FTA 폐기 시도를 막은 것은 미국의 안보라인이다. 그들은 한·미 FTA가 한·미 동맹의 핵심임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한·미 FTA 폐기는 북핵 도발로 위기에 처한 한국의 등에 비수를 꽂는 것이고 미국의 동맹국들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중국에만 좋은 일 시킨다는 것을. 한국 정부는 그들을 확실하게 붙잡아야 한다.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수지 적자를 동맹국으로서 풀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해법을 같이 찾아보자고 화답하는 것이 그 첫걸음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서울에서 만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야 할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 만들어낸 한·미 FTA인가.
최병일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 byc@ewh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