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축구처럼 공정한 사회 꿈꾸며
지난 13일 울산에서 대한변호사협회장배 축구대회가 있었다.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에서 15개 팀 353명이 참여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법원, 검찰과 정기적인 축구 시합도 한다. 변호사들이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서류나 읽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큰 오해다. 변호사들의 축구 열기도 엄청 뜨겁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축구단은 2년마다 열리는 변호사월드컵과 아시안컵에도 매번 출전한다.

월드컵이 개최되는 해에는 사법시험에서 남성의 합격률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월드컵은 보통 사법시험 2차 시험이 임박한 6월 중순쯤부터 한 달가량 열린다. 시차 때문에 늦은 밤 경기가 중계되는 일이 많다. 낮에는 계속해서 녹화방송을 틀어준다. 둘 이상만 모이면 군대와 축구 얘기를 한다는 남자들이니 시험 직전에 정말 큰 시험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왜 축구에 열광하는가.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공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축구는 다른 경기와 달리 특별한 장비가 필요없다. 잔디 구장이 아니어도 된다. 맨땅이어도 충분하다. 둥근 공 하나만 있으면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경기할 수 있다. 빈민가 소년이 실력 하나로 하루아침에 부와 명예를 거머쥘 기회가 있다. 이처럼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누구나 열광하는 것이다.

최근 공기업을 비롯해 사회 곳곳의 입사 청탁이 문제 되고 있다. 이런 채용 비리는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정이란 성별, 연령, 출신, 집안 등 그 어떤 요소도 배제한 채 오직 실력만으로 평등하게 평가받고 싶다는 것이다. 평등권은 우리 헌법에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기본적 가치다. 기회의 평등이 무너지면 우리 사회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재판이나 수사도 축구와 같다. 성별, 인종, 연령, 출신에 따른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든지 ‘전관예우’처럼 공정을 훼손하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 재판이든 수사든 오직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 길만이 법원과 검찰이 국민에게 존경받고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공정한 사회는 법과 원칙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예측할 수 있다. 누구나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예측 가능한 사회가 발전 가능한 사회다. 우리는 축구공처럼 둥근 지구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축구처럼 공정하게 살아야 마땅할 것이다.

이찬희 <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chanhy65@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