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용도 따라 모양 바꾸는 트랜스포머 전기자전거 나온다
국내 대학과 기업이 손잡고 스스로 충전하면서 용도에 따라 모양을 바꾸는 트랜스포머 전기 자전거를 개발하고 있다. 정연우 울산과학기술원(UNIST) 디자인 공학 융합전문대학원 교수 연구진은 자동차부품회사 만도와 손잡고 추진 중인 4륜 전기 자전거 개발 프로젝트 ‘하이브리드 모듈 모빌리티’의 콘셉트 디자인을 공개했다. 지난달 14~2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 모터쇼에서도 공개된 이 전기 자전거는 바퀴가 네 개 달렸고 페달을 밟는 힘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기존 전기 자전거는 페달을 밟으면 체인이 돌아가면서 구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방식이어서 일반 자전거처럼 바퀴가 두 개인 모델에 적용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해외에 공개한 하이브리드 모듈 모빌리티는 페달에 발전기를 연결해 운행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한다.

만도 연구진이 2010년 개발한 ‘풋루스’라는 구동 장치는 페달을 돌릴 때 힘으로 전기를 만든다. 이렇게 생산한 전기는 8개의 대용량 배터리 시스템에 저장되고 바퀴 네 개에 장착된 모터가 저장된 전기를 끌어와 동력을 발생시킨다. 복잡한 체인 구조가 필요 없고, 네 바퀴를 가진 자전거도 만들 수 있다. 정 교수는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복잡한 체인이나 기계 구동장치가 필요 없어 4륜 자전거를 비롯해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변신하는 특징도 갖췄다. 용도에 따라 유아용, 화물용, 주행전용 등 여섯 가지 형태로 모양을 바꾼다. 앞부분에 화물을 싣는 ‘프런트 카고’와 자전거 뒷부분에 화물을 싣는 ‘리어 카고’ 방식이 있다. DHL과 페덱스 등 세계적 물류회사들이 유럽에서 자전거 도로로 화물을 운송하는 점을 감안해 고안했다.

혼자 타는 ‘퍼스널’과 두 사람이 타는 ‘듀얼’ 방식으로 변신도 가능하다. 1~3세 영아를 태울 수 있는 ‘베이비’와 3세 이상 어린이를 태우는 ‘토들러’ 방식으로 모양을 바꿀 수도 있다. 정 교수는 “자동차 앞바퀴 앞쪽과 뒷바퀴 뒤쪽에 공간을 두는 플렉스 오버행 구조를 가져와 필요에 따라 차체 길이를 조절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 연구진과 만도는 이번 전시회에서 ‘에어로벤트 브레이크 캘리퍼’ 기술을 처음 공개했다. 캘리퍼란 바퀴 패드를 디스크에 밀착시켜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기계장치다. 연구진은 만도가 기존에 개발한 고성능 캘리퍼에 부족했던 첨단 디자인을 더했다. ‘에어덕트(통풍관)’ 형태로 스타일을 세련되게 다듬고, 냉각 기능과 함께 경량화까지 함께 향상시켰다. 일체형 몸체와 함께 방열 성능을 높여주는 가스 배출 구멍을 활용해 고성능 이미지를 강조했다. 연구진은 세계적인 제조사들도 아직 시도하지 않은 ‘모듈형 브레이크 캘리퍼’라는 새로운 콘셉트도 제안했다. 핵심 모듈 하나를 조금만 변형해도 모든 제조사의 요구를 맞출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 전기 자전거는 친환경 이동 수단에 관심이 많고 편의와 기능을 강조하는 유럽 시장을 겨냥해 개발하고 있다. 유럽은 자전거 보급률이 70%로 높은 편이다. 지금도 연간 2000만 대 자전거가 판매되고 있다. 연구진은 자전거 셰어링 서비스와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이용자를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 교수는 “화물용 모듈은 자전거로 소량의 화물을 운반하는 유럽 시장에서 유용할 것”이라며 “우선 여섯 가지 모듈을 작동 가능한 형태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한 다음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