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조 발동, 지역 연정 와해 모두 새 선거로 이어질 듯

주민의 압도적 여론을 업고 역사적 숙원인 분리독립을 추진해 온 스페인 카탈루냐 분리세력이 독립선언에 따른 엄청난 후폭풍을 고려했음인지 막상 마지막 단계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분리독립 운동을 주도해온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은 주민투표 후 독립선언 예상과는 달리 중앙정부에 대화를 제의했으나 정부의 냉담한 반응으로 오히려 향후 선택을 놓고 딜레마에 처한 형국이다.
"대결이냐 후퇴냐" 스페인정부 통첩에 기로에 선 카탈루냐 수반
더구나 마리아노 라호이 중앙정부 총리가 대화 제의를 일축하고 독립선언 여부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보내와 독립 추진 강경파들의 압박 속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방침 대로 투표결과를 존중해 독립을 선언할 것인지, 아니면 일보 후퇴해 타협책을 모색할 것인지 푸지데몬 수반의 선택이 향후 상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독립을 선언할 경우 중앙정부는 헌법 조항(155조)을 발동해 '무력진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푸지데몬 수반은 예상과 달리 독립선언을 유보하면서 분리독립 강경세력들로부터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전했다.

독립선언을 유보한 푸지데몬 수반으로부터 배신당했다고 분노하고 있는 좌파정당인 '인민연합후보'(CUP) 등은 푸지데몬 수반이 이끄는 연정에서 탈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CUP는 카탈루냐 의회 135석 가운데 10석에 불과하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만약 CUP가 연정에서 탈퇴할 경우 이른바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의회 내 연합세력은 다수의석을 상실하게 된다.

만약 푸지데몬 수반이 연정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정부에 강경 대처할 경우 라호이 총리가 155조를 발동해 지역 정부를 해산시킬 것인 만큼 연정와해와 함께 어느 쪽을 택하든 카탈루냐에 새로운 선거가 실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FT는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탈루냐 독립 지지세력 가운데 일부 온건세력들은 새로운 선거를 차선의 해결방안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CUP 등 강경세력보다 온건 주도 세력들의 입김이 강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현 분리독립 주도 정치 세력은 지난 2015년 선거에서 다수의석을 확보했으나 주민지지율은 48%에 그쳤다.

그러나 분리독립 세력들은 새로운 선거가 실시될 경우 중앙정부의 위협 속에 최근 주민투표로 고조된 독립 열기가 급격히 약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향후 몇 달이 독립을 위한 수십 년래 최고의 호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독립선언 강행 등 중앙정부와의 강경대결을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푸지데몬 수반이 '분위기 유지'를 위해 라호이 총리가 155조를 발동하도록 자극하고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대결이냐 후퇴냐" 스페인정부 통첩에 기로에 선 카탈루냐 수반
푸지데몬 수반은 결국 사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선거를 원하는 온건세력과 대결을 원하는 강경세력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내려야 할 상황이다.

유라시아그룹의 분석가 페데리코 산티는 FT에 푸지데몬 수반이 마드리드 중앙정부에 155조를 발동하도록 강경책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에게는 중앙정부와 맞서는 것이 자신의 지역 정부를 유지하고 독립 모멘텀을 살리는 논리적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카탈루냐 위기가 해결보다는 악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yj378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