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경찰차 들이받고 도주하는 마약상 검거… "손등 부러진 줄도 몰랐죠"
사회를 좀먹는 마약을 단속하고 수사하는 일은 고도로 훈련된 인력과 보안 유지가 필수적이다. 마약상들은 대포폰과 대포차를 사용하는 등 신분을 절대 노출하지 않는다. 점조직으로 은밀히 거래되다 보니 관련 첩보 입수도 쉽지 않다. 경찰청과 전국의 각 지방경찰청에서 별도 조직(마약전담수사대)을 설치,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선 경찰서에서 마약상을 검거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구 달성경찰서 수사과 형사2팀 소속 김현 경사(39·사진)의 활약상이 빛나는 이유다.

김 경사는 지난 3월 우연찮게 마약 거래와 관련한 귀중한 단서 하나를 잡았다. 국내에서 암약하는 한 마약 공급책을 검거할 수 있는 정보였다. 김 경사는 기자에게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며 “만약 실패하면 그쪽 세계에 소문이 퍼져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경사는 구매자로 위장해 이들을 유인하기로 했다. 여경 1명을 포함해 5명이 팀을 꾸렸다. 지난 4월10일 오후 5시 약속 장소인 달성군 현풍면의 한 식당에 도착했다. 김 경사는 “만나기 한 시간 전부터 잠복했는데 사전 약속과 달리 두 명 중 한 명만 식당으로 들어와 당황했다”며 “현장에서 일시에 덮친다는 당초 계획을 접고 팀원을 나눠 양동작전을 폈다”고 말했다.

식당에 들어온 용의자는 손쉽게 체포했다. 그러나 차 안에서 대기하던 일당은 동료가 붙잡히자 곧바로 시동을 걸었다. 김 경사팀 차량이 재빨리 도주로를 막아섰다. 그러자 범인은 그대로 차량을 들이받고 자신의 차에서 내려 달아났다. 김 경사도 뒤를 쫓았다. 탈주극은 곧 막을 내렸다. 김 경사는 격투 끝에 그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갖고 있던 마약 봉지도 증거물로 압수했다. 김 경사는 “피의자가 호흡 곤란을 호소해 119를 불렀는데 마침 팔이 아파 구급요원에게 보여주니 오른손 손등이 부러졌다고 했다”며 “쫓아갈 때는 아픈 줄도 몰랐다”고 했다.

김 경사는 형사로 일하는 게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고 자부했다. 김 경사는 “최근 대구 전역에서 일어난 연쇄 차량 절도 사건도 우리 팀에서 해결했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