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삼성, 개별 현안도 청탁"…삼성 "승계작업은 허구의 프레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린 12일 서울고등법원.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변호인단이 펼친 공방은 뜨거웠다. 하지만 새로운 법리나 주장은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다.

특검은 포괄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은 물론이고 1심 재판부가 부인한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도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등과 관련한 내용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씀자료나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수첩에 기재돼 있는 점을 증거로 꼽았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뇌물이 아니라는 1심 판결에도 특검은 이의를 제기했다. 삼성은 현안에 대한 인식 정도가 다른 기업과 달랐다는 게 특검의 설명이다.

삼성 변호인단은 증거의 효력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승계작업은 허구의 프레임’이라는 1심에서의 주장을 유지하면서 개별 증거의 효력을 각개격파하는 전략이다. 이인재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포괄적 경영승계라는 용어는 이 부회장에 대한 2차 구속영장 청구 때 등장한 것”이라며 “특검 자신도 1차 영장 청구 때 생각지 못한 것을 어떻게 대통령이 인식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변호인단은 또 국외재산도피죄를 인정한 것도 무리한 법 적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새로운 법리나 증거가 제시되진 않았다. 따라서 포괄적 현안에 대해 묵시적 청탁의 인정 여부가 항소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산국외도피죄와 같은 ‘부수적인’ 혐의를 두고 다툴 여지도 크다.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부회장, 장충기 전 사장, 박상진 전 사장, 황성수 전 전무 등 5명의 피고인은 지난 8월25일 1심 선고 후 48일 만에 처음으로 재판정에 모습을 보였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