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朴정부 '靑 비서실장 지시사항' 문건 공개…"국가 정체성과 안 맞아"
"정부에 책임있는 양 오해되지 않게 홍보해야"…4·3 기념곡 추진에도 대응지시
민중총궐기에도 엄정 대응 지시…"범법행위 손해배상 추진하라"
"이병기 전 비서실장 '님을 위한 행진곡 편향성 알리라' 지시"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이 5·18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문제와 관련해 "국가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노래"라며 "노래의 편향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데 노력할 것"이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와대에서는 4·3 사건 추념식 지정곡 움직임에도 "님을 위한 행진곡 유사 논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응하라"며 사실상 저지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12일 연합뉴스에 공개한 '2015~2016년 청와대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 문건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는 당시 청와대에서 생산된 이른바 '캐비닛 문건'을 이 의원이 대통령기록관에서 확인한 뒤 필사한 문건이다.

문건 가운데 '2015년 4월24일 비서실장 지시시항 이행 및 대책안' 내용을 보면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의장 및 여권 일각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국민화합 차원에서 허용해주자는 얘기도 나오는데, 불가 입장을 확실히 하라"며 "여권내 분열 모습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돼 있다.

당시 비서실장은 이병기 전 실장이었다.

이 전 실장은 또 같은 해 5월 6일에도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문제로 논란이 있는데,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국가 주관행사에서 제창하는 것은 잘못이므로 원칙을 일관성 있게 견지하라"고 주문했다.

또 5월 15일에는 "광주에서 5·18 기념행사가 개최되는데, 노래 제창문제로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보여진다"며 "무엇보다 불상사가 없도록 하고 파행의 파장이 최소화되도록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특히 파행 책임이 정부에게 있는 것처럼 오해되지 않도록 홍보 대응해 달라"라고 지시했다.

이듬해인 2016년 5월에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이 기록돼 있었다.

5월 16일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 내용을 보면 "님을 위한 행진곡과 관련해 언론이 너무 앞서나가 국민의 (제창) 기대가 높아진 측면이 있다"며 "소통과 협치 분위기가 훼손되지 않도록 관련 논란 최소화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지시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면서 "일단 이 노래의 가사에 숨은 뜻이 국가 정체성과 맞지 않은 편향적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잘 알리는 데 노력할 것"이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4·3 추념식 기념곡과 관련한 지시사항도 있었다.

2015년 3월 30일 기록을 보면 이 전 실장이 "4·3사건 및 추념식 관련, 일각에서 민중가요 중 특정한 노래('잠들지 않는 남도')를 4·3 추념식 지정곡으로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하는바, '님을 위한 행진곡' 유사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미리 점검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이병기 전 비서실장 '님을 위한 행진곡 편향성 알리라' 지시"
이 의원이 함께 공개한 자료에는 이 전 실장은 민중총궐기 집회 등에 강경 대응을 주문한 정황도 담겼다.

2015년 11월 '비서실장 지시사항' 발췌본을 보면 당시 민중총궐기에 대해 "좌파세력이 집결하는 대회"라며 엄정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돼 있다.

이 집회는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한 집회다.

이 전 실장은 집회 다음날에는 "경찰 대응이 너무 방어적이었다"며 "범법행위자를 색출하고 손해배상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나왔다고 이 의원 측은 전했다.

또 이 전 실장은 "결집된 보수세력의 목소리가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하라", "이번 기회에 언론을 통해 민주노총의 실체가 집중 조명되도록 하라" 등의 지시로 내린 것으로 기록됐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