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산업혁명위원회 출범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서울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4차 산업혁명위원회 출범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서울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첫 회의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새 정부 핵심 경제전략인 ‘혁신성장’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을 키워드로 한 경제성장 전략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린 혁신성장의 개념과 주력 육성 분야, 정부 지원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기조인) 사람 중심 경제는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3대 축으로 삼고 있다. 그 가운데 혁신성장은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새로운 경제성장을 위한 새 정부의 핵심 전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은 혁신성장의 동력

이미 도래한 4차 산업혁명은 혁신성장의 기회고 동력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은 “지능정보화의 진전이 산업 지도와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꿔 놓고 있다”며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융합돼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신산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지능을 갖춘 자율주행차가 인간을 대신해 운전해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표적인 디지털 혁신기업으로 애플, 구글, 아마존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을 이루는 기본 기술로는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를 꼽았다. 이를 육성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제조업과 산업에 지능화 기술을 융합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혁신성장의 방안으로 제시됐다. 문 대통령은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 드론산업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며 “지능형 인프라, 친환경 에너지를 기반으로 스마트 시티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창업 환경 조성

창업 활성화 역시 문 대통령의 혁신성장을 이끌 한 축이다. 문 대통령은 “창업과 신산업 창출이 이어지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규제 샌드박스란 어린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만든 모래상자(sandbox)처럼 자유로운 창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새로운 업종에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임시허가제를 말한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규제 프리존’은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다양한 규제를 하나의 법으로 완화하려다 보니 갈등이 많았다.

문 대통령은 또 “기업이 성장단계별로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창업과 재기를 뒷받침하는 금융을 강화하고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창의·융합 인재 육성,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등 혁신성장을 이끌 인력 양성 방안도 내놓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지능정보화라는 새로운 물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와 국민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역할을 주문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지능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위원회에 주어진 역할과 책임인 것 같다”며 “민간과 정부가 소통해서 함께 협력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 중심 경제로 전환

혁신성장은 앞으로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전체 기업에서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고용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이 혁신성장의 주체가 돼야 일자리·소득주도 성장 전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 청와대 핵심 참모는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변되는 분배 못지않게 성장률을 높여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확고한 뜻”이라고 말했다.

혁신성장이 중소·중견기업과 창업·벤처기업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기업도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한 스마트 제조업으로 거듭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