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삼성전자, LG전자 등 관계자들은 이날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세탁기 세이프가드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숙의했다.
이날 회의는 19일 열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구제조치 공청회를 앞두고 ITC에 제출할 의견서와 공청회에서 무역위원들을 설득할 대응논리를 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19일 공청회는 ITC가 5일 '한국 세탁기로 인해 미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함에 따라 열리는 것이다.
ITC는 공청회 후 내달 4일 투표를 거쳐 구제조치의 방법과 수준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구제조치로는 관세 부과나 인상, 수입량 제한, 저율관세할당(TRQ·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등이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세이프가드를 피하지 못해 이 같은 조처들이 설령 채택된다 해도 그 수위가 어떻게 될 것이냐다.
ITC는 12월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무역구제를 건의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 후 60일 내에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전자업계와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한국 세탁기로 인해 월풀 등 미국 산업이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는 대응논리를 정교화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형 가전시장에서 개별 브랜드로는 삼성전자가 1위에 올랐지만, 월풀이 보유한 다양한 브랜드들을 모두 합쳐 보면 월풀의 시장 지배력이 여전하고 점유율 하락도 소폭에 그친다는 것이다.
또 2분기 월풀의 실적을 보면 북미 지역에서의 영업이익률이 작년 2분기 12.3%, 올해 2분기 11.8%에 달했다.
북미 지역에서 높은 수익성을 누리고 있다는 얘기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월풀이 삼성이나 LG만큼 혁신제품을 꾸준히 내놓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소폭의 점유율 하락은 사실상 별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는 또 한국 세탁기의 유통을 금지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침해되고, 세탁기의 가격이 오르는 효과를 낳아 미국 소비자에게 손해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와 테네시주에 가전공장을 건설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려 한다는 점도 강조할 방침이다.
정부와 업계는 또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동 협력방안도 논의했다.
LG전자가 창원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세탁기는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 때 배제하기로 한 결정이 유지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업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를 대부분 생산하는 공장이 있는 태국, 베트남 등 해외 정부와 공조하는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세이프가드가 현실화할 경우 태국, 베트남도 수출 감소나 고용 감축 등의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외교적 공조 방안을 찾아본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세탁기는 연간 물량으로는 200만대 이상, 금액으로는 10억 달러(약 1조1천4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대부분을 태국, 베트남에서 생산해 수출 중이며, LG전자는 태국, 베트남에서 약 80%를, 나머지 20%를 창원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한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김동현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