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3회를 맞는 이번 행사엔 세계 50개국에서 660여 개사가 참가했다.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먼, 보잉, 레이시온 등 쟁쟁한 업계 리더들이 총출동했다. 한국에서는 한화그룹이 4개 방산 계열사를 이끌고 처음 출전했다.
미국 부스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잡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에서부터 전장에서 부상병을 혼자 싣고 날 수 있는 자율비행앰뷸런스, 드론을 쏘아 떨어뜨리는 고출력레이저건 등 생소한 최첨단 제품이 즐비했다. 한화는 K-9자주포와 ‘비호복합(30㎜ 자주대공포 비호에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 결합)’ 실물을 싣고와 전시했다. 10개 한국 방산 중소기업들도 조준경과 열화상감시카메라 등 부속 장비를 갖고 나왔다. 물 없이 쓰는 소변기도 있었다.
이종건 KOTRA 워싱턴지부장은 “전쟁 위기 때문인지 올해 전시회 분위기가 뜨겁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한반도와 중동에서는 어느 때보다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이 6조원짜리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거론하는 것을 포함해 일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관련국들은 모두 국방비 증액과 군비 증강을 외치고 있다. 방산업체들엔 이른바 ‘대목장’이다.
특히 미국 방산업체들이 ‘대박’이다. 몰려드는 해외 주문에다 미국 내 국방예산 증액까지 ‘더블 복권’에 당첨된 격이다. 미 하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보다 540억달러(10%) 늘려 보낸 내년도 국방예산안을 681억달러 증액으로 고쳐 통과시켰다. 미 상원은 여기에 더 보탤 예정이다. 보잉 레이시온 등 군수업체 주가는 연초 대비 30~60% 상승했다. ‘공포산업’의 호황 분위기는 민간으로 옮겨 붙고 있다. 핵 공격에도 6개월~1년 버틸 수 있는 최고급 지하벙커 제조산업이 미국에서 특수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 한국 기업 대표는 “전시회 분위기가 좋지만 이러다 진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맘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