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전경련 요구 후 ‘빅데이터 개인정보’ 불법교환 가능하도록 허용 SK-한화 467만, KB-LG 250만, 삼성생명-카드 241만 건 가입자정보 교환 SCI평가정보 3700만 건, SKT 2900만 건, KB국민카드 1800만 건 등 1억7000만 건 결합 시도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동갑/행정안전위원회)는 10일 국내 굴지의 금융·통신 대기업들이 지난 1년간 빅데이터 활용이라는 명목으로 고객 동의 없이 1억 7000만 건의 개인정보를 결합 시도하고, 그 중 1200만 건 이상의 개인정보를 서로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SK Telecom이 보유한 통신료 미납 정보, 단말기 정보 등과 한화생명이 보유한 추정소득금액, 추정 주택 가격, 보험 가입 건수 등이 결합되어 각 사가 공유한 것이다. 결합에 참여한 기업에는 SK Telecom, KT, LG U+ 등 통신사, SCI평가정보,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삼성생명, 삼성카드, KB국민카드 등 금융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진 의원은 "이는 박근혜 정부가 전경련의 요구를 받은 후 법적 근거 없이 빅데이터 개인정보를 교환하도록 허용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공공기관을 동원해 결합을 지원하도록 한 결과"라면서 "박근혜 정부는 법적 근거 없는 가이드라인을 작성해 비식별화의 기준 마련, 실행, 감시를 모두 기업 자체적으로 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이어 "각 기업들은 개인정보를 최대한 온전히 확보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기업이 알아서 하도록 하는 비식별화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면서 "정부는 기업들 간 서로 어떤 정보를 교환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각 기업들이 알아서 개인정보보호 조치를 지키라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활용 명목의 개인정보 공유는 전경련이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 사항이다. 전경련은 2013년 8월 미래창조과학부에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제언> 요구사항을 제출하면서 현행 개인정보 관련법 상에서 개인정보가 포함된 빅데이터를 활용하기가 어렵다며, 법에 저촉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3년 12월 18일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4년 12월 이를 확정발표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처리된 정보라 하더라도 학술연구 및 통계작성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게 제한하고 있음에도,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비식별화 할 경우 영리목적으로 기업 간에도 교환이 가능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각자가 보유한 개인정보를 직접 교환하지 않고 자료를 합치게 해주는 ‘중립기관(Third Party)’가 없어 기업들은 개인정보 빅데이터 결합에 나서지 못했다.
진 의원은 "지난해인 2016년 5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규제개혁장관회의를 개최한 후, 6월 30일 이를 보완한 범정부 차원의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가 발표됐다"면서 "범정부 가이드라인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한국정보화진흥원·금융보안원·한국신용정보원 등 공공기관 등이 각 기업들의 요구를 받아 정보를 대신 결합해주도록 해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줬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의 범정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 진행된 개인정보 빅데이터 결합은 총 12건으로, 1억 7014만 건의 개인정보가 결합시도 되었으며, 그 중 1226만 건이 결합되어 각 기업 간에 교환됐다. SK Telecom과 한화생명 양자 간 219만 건, SK Telecom·한화생명·SCI평가정보 3자간 248만 건이 교환되었고, KB국민카드와 LG U+가 250만 건의 개인정보 빅데이터를 교환했다. 삼성생명과 삼성카드도 서로 241만 건을 교환했다. SCI평가정보의 경우 3700만 건의 개인정보를 결합시도했고, SK Telecom이 2,900만 건, KB국민카드가 1,827만 건 결합을 시도하여 신용거래를 하는 국민 대부분의 개인정보가 결합시도 된 것이다.
공유된 개인정보 항목에는 소득, 병적 정보, 신용등급, 연체정보 등 개인의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개인정보 빅데이터 교환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인 한화생명의 자료에 따르면, 추정소득금액, 주택가격, 각종 보험 가입 여부, 신용대출 건수, 대출액, 신용등급 등의 정보가 교환되었다.
진 의원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교환한 개인정보 항목들을 기밀사항으로 비공개하고 있어 더욱 내밀한 정보도 교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개인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교환된 자료를 이러한 영리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개인정보 관련법에 따라 위법이다"라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그러면서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라도 영리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만든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의 전제 자체가 위법하며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면서 "그간 이루어진 개인정보 빅데이터 교환 건들이 개인정보 관련법을 위반하였는지 전수 조사를 해야 하며, 국회 입법을 통해 빅데이터 처리과정에서의 개인정보 보호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