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발광다이오드) 패널로 영화를 상영하는 삼성전자의 ‘시네마LED’가 출시 3개월 만에 첫 해외 판매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9일 태국 최대 영화관 체인인 ‘메이저 시네플렉스’와 시네마LED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태국에 668개 상영관을 갖춘 메이저 시네플렉스는 내년 2월 방콕 중심가에 시네마LED를 갖춘 상영관을 처음 개장한다.

영화 제작 방식에 일대 혁신

삼성전자의 극장 전용 시네마LED 스크린.
삼성전자의 극장 전용 시네마LED 스크린.
시네마LED는 영사기로 흰 막에 빛을 비춰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빛을 내는 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제품이다. 영사기가 필요 없어 영화관의 앞뒤 좌우를 모두 시네마LED로 채울 수 있다. 세계 영화 사업자는 이미 영화관을 어떤 모습으로 바꿀지 삼성전자와 논의하고 있다.

스크린을 상단에 놓고 영화관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좌우가 짧다. 영사기의 한계 때문이다. 영사기 렌즈를 통과한 빛이 큰 화면에 초점을 맞추려면 앞뒤가 길어야 한다. 시네마LED를 적용하면 오페라 극장처럼 좌우가 긴 영화관을 만들어 넓은 시야각으로 더 큰 몰입감을 줄 수 있다.

화면 밝기도 압도적이다. 영사기는 14fL(풋램버트·1fL=가로 세로 0.3m 면적에 촛불 하나를 켜놓은 밝기) 정도가 최대 밝기지만 시네마LED는 146fL로 10배 이상 밝다. 높은 밝기를 이용해 조명을 어느 정도 켜놓고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전용관이나 레스토랑 영화관을 선보일 수 있다.

영사기에선 불가능하던 표현도 할 수 있게 되면서 영화 제작 방식도 바뀔 수밖에 없다. 영사기에선 통상 1초에 프레임이 24장 들어갔다. 필름을 모터로 돌려 상영하는 구형 영사기에서 너무 빨리 영사기가 돌아가 필름이 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굳어진 시스템이다. 하지만 시네마LED는 초당 60장까지 프레임을 부드럽게 표현해 빠른 장면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시네마LED 출시 이전부터 할리우드 주요 스튜디오와 긴밀히 협의하며 영화 제작 방식의 혁신을 돕고 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서 시네마LED 마케팅을 맡고 있는 김윤식 엔터프라이즈비즈니스팀 상무는 “국가별로 어떤 사업자와 손잡는 것이 가장 유리할지 고민 중”이라며 “2020년까지 세계 상영관의 10%를 시네마LED로 채운다는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추석 연휴에도 미국과 유럽, 중국 등지 주요 극장사 관계자들이 방한해 시네마LED 공급을 타진했다는 후문이다.

가정용 TV에도 적용 가능

삼성전자는 미국 LED 디스플레이업체 예스코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한 2015년부터 시네마LED 개발에 들어갔다. 경기 수원 디지털시티에는 실제 영화관 크기의 테스트배드도 마련했다. 김 상무는 “1895년 나온 영화 상영 방식을 아직도 고집할 정도로 영화계는 보수적 분위기가 강하다”며 “하지만 앞으로 LED가 글로벌 영화산업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는 의견에 공감대가 점차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네마LED는 가로 64㎝, 세로 90㎝의 LED 패널 96개가 영화관 스크린 하나를 구성한다. LED 패널 하나에 9만2160개, 스크린 전체로는 884만7360개의 LED 소자가 촘촘히 박혀 있다. 각각의 LED 소자는 수시로 빛이 바뀌며 영상을 표현하고, 어두운 색을 나타낼 때는 완전히 꺼지기도 한다. 빛을 흰색 천에 비춰 표현하는 영사기와 달리 시네마LED가 완전한 검은색을 구현할 수 있는 이유다.

개발을 담당한 임상균 개발팀 수석은 “최근 10년간 LED 소자 가격이 하락하면서 많은 소자를 사용해도 영사기 시스템에 뒤지지 않는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며 “자발광에 높은 밝기를 갖춘 시네마LED의 영상 구현 방식을 가정용 극장시스템에 도입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