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개정 범위를 최소화하겠다’는 식의 수세적 태도를 유지할 경우 결과적으로 미국만 유리할 것이라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요구에 대응해 우리 정부도 대가를 요구해 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요구를 취사선택해 개정 범위를 축소하겠다는 전략으로는 미국 측의 ‘원 사이드 게임(일방적 경기)’이 될 수 있다”며 “기존 협정은 생각하지 말고 ‘챙길 것은 챙긴다’는 새로운 철학에 입각해 미국에 요구할 것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철강 등 분야에서 미국 측 요구를 일부 들어줄 경우 기존 이익의 균형이 깨지는 만큼 다른 분야에서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이 적자를 보는 서비스교역에서 개선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서비스 무역흑자는 한·미 FTA 발효로 지식재산권, 법률, 금융, 여행 시장 등이 개방되면서 FTA 체결 직전 2011년 69억달러에서 지난해 101억달러로 증가했다.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허점을 파고드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현혜정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철강 분야에선 에너지안보 이슈를 꺼내고 있는데, 만약 관세를 올려 한국산 철강값이 상승하면 미국 자동차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논리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훈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정보기술(IT)산업에선 자유무역을 원하고 있다”며 “미국의 업종, 기업마다 서로 다른 입장을 잘 파악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ISD는 한국 정부의 법·제도로 손해를 본 미국 투자자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어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되는 분야 외에 비공식적으로 우리 정부에 ‘원화가치를 절상하라’는 등 상당히 어려운 요구를 할 수도 있다”며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