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판결 시 제1야당 오성운동에도 타격 불가피

작년 6월 이탈리아 지방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로마 역사상 첫 여성 시장이자 최연소 시장이 되며 화제를 모은 비르지니아 라지(39) 로마 시장이 위증 혐의로 법정에 설 위기에 처했다.

라지 시장을 수사해온 로마 지방 검찰청은 28일 라지 시장을 인사와 관련해 위증 혐의로 기소하며, 이와 관련한 정식 재판을 요청했다.

제1야당 오성운동 소속의 라지 시장은 작년 말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자신의 측근 라파엘레 마라 전 로마시 인사국장의 동생 레나토 마라를 로마시 관광국장으로 임명한 것과 관련해 위증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伊로마 첫 여성시장, 법정 서나…위증 혐의로 기소
라지 시장은 레나토 마라를 관광국장 자리에 앉힌 것을 자신의 독자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은 라지 시장이 측근들과 주고 받은 메시지 등을 근거로 그의 관광국장 임명은 형인 라파엘레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그러나 라지 시장이 로마 시청 공무원인 살바토레 로메오를 기존 연봉보다 3배 올려주며 자신의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라지 시장의 기소와 재판은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총선에서 창당 8년 만에 첫 집권을 노리는 오성운동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오성운동은 기성 정치권과는 다른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며 부패 사건에 다른 정당보다 엄정한 잣대를 적용해왔기 때문이다.

라지 시장이 재판 결과 유죄를 인정받으면 직무가 정지될 수 있고, 이 경우 수도 로마 시정의 성공을 집권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구상을 세워온 오성운동은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라지 시장은 이날 검찰의 발표에서 좀 더 중대한 사안이었던 직권 남용 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에 대해 만족감을 표현했다.

그는 "몇 달 동안 나와 오성운동을 범죄자로 몰아간 언론은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성운동의 창립자로 상당수 당원의 비판으로부터 라지 시장을 감싸온 베페 그릴로 전 대표 역시 "라지 시장이 결백을 입증했다"며 검찰 발표를 반겼다.

한편, 라지 시장은 취임 이후 거듭된 인사 참사로 물의를 빚으며 자신이 공약으로 내건 쓰레기 수거 문제, 곳곳에 구멍이 뚫린 도로 재정비, 열악한 대중 교통 상황 등 로마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