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기 이륙주행 중 급제동, 타이어 파손 때문…항공사 측 "관제실수" 주장

제주공항에서 29일 여객기가 급제동한 뒤 활주로에 그대로 멈춰 서면서 1시간가량 활주로가 폐쇄됐다.

제주지방항공청과 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5분께 승객 180여명을 태우고 제주에서 김해로 가려던 제주항공 7C510편이 이륙을 위한 활주로(동-서 방향) 주행 중 급제동했다.

급제동하는 과정에서 타이어에 높은 고온이 가해져 1개가 파손됐다.

파손된 타이어를 현장에서 교체한 후에도 견인 장비로 해당 여객기를 이동 조치하려고 오후 5시 13분께까지 활주로 운영이 멈췄다.

황금연휴를 하루 앞두고 관광객과 귀성객이 몰리는 이날 오후 발생한 일로 활주로 폐쇄 시각 이후 출발하려던 여객기 45편이 지연 운항했다.

추가로 30여편 가운데 김포행의 경우 김포공항의 야간 운항 금지시간(커퓨타임)에 걸려 결항할 수 있는 상황이다.

도착 여객기의 경우 15편이 제주공항에 착륙하지 못해 회항했고 25편이 지연됐다.

오후 늦게 운항하는 항공편 30여편은 운항 여부가 미지수다.

도착편을 탄 3천여명이 제주로 오려다가 돌아갔고, 1만명이 넘는 승객이 지연 운항으로 불편을 겪었다.

길진희(42·여)씨는 "인천에서 오후 3시께 비행기가 출발해 제주로 비행하던 중에 '10분 지연된다, '20분 지연된다' 그러다가 돌아가야 한다는 방송이 나오고서 회항했다"라고 말했다.

길씨는 제주공항 활주로 폐쇄가 풀리면서 다시 제주로 오게 됐으나 3시간 가까이나 비행을 했다고 말했다.

활주로에 내렸으나 한 시간 넘게 내리지도 못하고 기다렸다는 승객도 있었다.

승객 불편이 잇따르자 119대원들이 여객터미널에 대기하며 이용객 중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하고 있다.

항공사 측은 이번 여객기 타이어 파손 경위가 활주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관제실수라고 주장했다.

항공사 측 관계자는 "관제실에서 정상 이륙 허가를 받고서 이륙을 위한 주행을 하다가 해군 군용기가 남·북 활주로에서 동·서 활주로 쪽으로 이동해 오는 것으로 보고 조종사가 급제동했다"고 말했다.

애초 관제실에서 급제동을 지시했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번복하고 충돌을 우려한 기장 판단으로 급제동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남북활주로에서는 해군 6전단 소속 P-3항공기가 진입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제실수 주장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현장에 조사관을 급파했고 조사관 통해 어떤 상황인지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사관 조사에 따라 사고 경위에 대한 언론 보도문 등 상세한 경위를 밝히겠다고도 했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고성식 전지혜 기자 koss@yna.co.kr